자사고 폐지 논란이 가열되면서 이에 따른 파장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기독교계도 이 영향에서 예외는 아니다. 최근 기독 자사고들이 잇따라 재지정 취소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교육현장에선 자사고 취소로 인해 기독교 건학이념을 지키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인식, 기독교교육 전문가들이 이번 사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 논의에 나섰다.
 
 ▲17일 오후 3시 장신대에서 '기독 자사고 재지정 취소, 어떻게 볼 것인가?'란 주제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데일리굿뉴스

기독학교 현주소 확인하는 계기 삼아야

재지정 취소를 받게 될 자사고 11개 가운데 기독교학교는 경기도 안산동산고, 서울 배재고, 신일고, 이대부고 등 4개교이다. 재지정 대상학교 가운데 기독학교는 총 6개교. 대구의 계성고와 서울의 이화여고를 제외하면 전체 기독교학교의 3분의 2가 자사고 지위를 잃게 될 위험에 놓인 셈이다.

17일 오후 3시 장신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이처럼 잇따른 기독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어떻게 볼 것인 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는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와 기독교학교정상화추진위원회가 긴급히 마련한 자리다.

이날 토론회에는 기독교교육 전문가를 비롯해 기독 자사고 관계자, 법조계 인사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자사고 지정 취소와 관련해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바라봄에 있어 다소 시각차를 보였다. 

이번 사안의 당사자인 기독 자사고 관계자들은 자사고 지정취소는 그야말로 '기독교교육의 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취소 통보를 받은 안산 동산고 조규철 교장은 "공교육의 영향 하에 제대로 된 종립학교로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면서 "기독교교육의 자율성을 갖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자사고였다"고 밝혔다. 대광고 우수호 교목실장도 "자사고를 폐지한다는 것은 법 제도 안에서 기독교교육의 자율성을 주장하고 확보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을 잃는 셈"이라고 말했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박상진 소장은 "기독 자사고의 지정 취소는 존재론적 위기라고 일컬을 수 있을 정도로 충격적인 결과"라고 해석했다. 그는 "기독 자사고의 문제는 더 복잡하다"면서 "거기에는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 가치까지 포함돼 있다.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일반고는 사실상 건학이념 대로 교육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문제는 수직적인 서열화인데, 평준화에 대한 보완책으로 자사고 설립이라는 교육정책을 마련했다면 그 학교들이 입시위주의 학교로 전락하지 않도록 정부가 세밀하게 정책을 디자인 했어야 하지 않냐"고 반문하면서 "그렇다면 자사고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 다양성에 목적을 둔 본래 취지를 못살린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계도적 책임의 상당부분이 국가, 특히 교육부 교육청에 있다는 것이다.

반면 기독교교육에 있어 자사고 형태를 취하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이냐는 의견도 있었다. 자사고 제도는 일반고의 황폐화를 비롯 계층 분리 교육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이다.

좋은교사운동 김영식 대표는 "일부 학교에만 학생 선발의 권한을 줘서 마치 학생의 계급을 나누는 것과 같은 이 같은 제도가 과연 기독교교육과 부합한지 생각해볼 시점"이라며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는 것은 선발의 권한을 갖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이지 학교 운영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고도 자사고만큼의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권를 행사하는 현 시점에서 자사고만 특별히 고집할 이유는 더 이상 없다"고 주장했다.

어찌됐든 교육부는 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 결정에 대해 동의•부동의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한국교회는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할까.

토론에 임한 참석자들은 '기독 자사고 지정취소'에 대해 기독교계가 공통의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특히 교육문제를 이념이나 정치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의 경계를 당부했다.

박상진 소장은 "오늘날 자사고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지나치게 이데올로기적으로 양극화돼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면서 "한국교회는 기독교적 관점에 근거해 통합적인 방식으로 이 문제를 바라봤으면 한다. 이를 계기로 기독교교육에 관심을 갖고 방향성이 무엇인지 진지한 성찰을 하면서 공동의 대처를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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