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칼럼] 선교사와 시간

정용구 선교사 (joystory09@hanmail.net) ㅣ 등록일 2019-07-07 19: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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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구 선교사 ⓒ데일리굿

선교사들끼리 모이면 “한국에서는 하루에 몇 가지의 일을 했었는데, 선교지에서는 하루에 하나만 해도 많이 하는 것”이라는 말들을 주고받는다. 한국에서는 이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선교지에서 지내다 보니 이 말이 이해가 됐다.

 

선교지에서 2개월 정도가 지났을 때에 철사를 자르는 연장을 잃어버렸다. 정착 초기에 꼭 필요한 연장이기에 이것을 하나 살려고 길을 나섰는데, 어디서 파는지를 몰라서 하루 종일 이곳저곳을 헤맸다.

 

현지어가 잘 안되고, 현지 교통시스템도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길에 지나는 사람들에게 묻고 또 물어서 가게를 찾았다. 해가 지기 전에 물건을 구입하고, 오토바이 릭샤를 타고, 헤매지 않고 집을 찾아 온 자신이 대견해서 감격했던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 여러 가지 사역들을 계획을 세워서 빈틈없이 이일 저 일을 했던 경험이 아무 소용이 없었고, 그렇게 그 날은 정말 ‘하루 동안에 하나의 일’ 밖에 못했다.

 

인터넷을 설치하는 데에는 열흘이 걸렸다. 선배 선교사들이 자신은 한 달이 걸렸는데 요즘 세상 많이 좋아졌다고 위로를 건넸다. 가스통을 구입하려는데 6개월, 중고 자동차를 구입해서 등록을 하는데 8개월이 걸렸다. 물론 나중에는 요령이 생겨서 갈수록 일을 처리하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이처럼 선교지에서는 쉽게 처리되는 일이 많지 않았고,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특히 비자거부 및 추방 문제가 거론되는 지역의 선교사들은 비자 허락 받은 시간 동안만 선교지에 살게 된다. 그래서 늘 시한부 인생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비자 만료 기간이 오면 다시 한 번 마음을 졸이면서 서류를 준비하고 심사를 받는다.

 

늘 선교지의 시간들이 선교사의 편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특히 선교지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일들이 과중 된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부족한 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그러다보니 무리가 되고 과로가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돌아보면 선교지에서 땀을 흘려 사역하며, 시간을 보냈던 시간이 지금까지의 인생 가운데 가장 귀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을 알기에 많은 선교사들이 후원 중단과, 병에 걸리거나, 추방과 비자거부를 당해도 다시 선교지로 향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래서 평생의 시간을 선교지에서 보내신 선교사들도 만나게 된다.

 

이제 2019년도 벌써 절반이 지났다. 지난 6개월 동안의 시간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을 했는지, 후회 없는 삶을 살았는지는 자기 자신이 제일 잘 알 것이다.

 

한국은 선교지보다도 훨씬 좋은 환경이고, 세계 최고의 배달 시스템과 신선식품까지 배달되는 시대에 하루에 여러 가지의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항상 시간이 부족해서 늘 쫓기는 삶을 살고 있고, 그래서 하나님을 위해서도 일은 하고는 싶은데 시간이 없다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간은 부자나 가난한 자, 아이나 어른, 배운 자나 못 배운 자에게 모두 공평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정말 부끄럽지 않게 잘 사용했는지, 의미 있게 잘 사용했는지를 1년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되돌아보기를 기대한다. 선교지에서 인생의 가장 귀한 시간을 보내는 선교사들을 기억하며,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사명을 위해 우리에게 주신 시간을 부끄럽지 않게 사용하는 계기가 되는 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약간의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시간의 주인이 되시는 하나님 앞에 우리 인생의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될지를 진지하게 묻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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