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 남부 리오그란데 밸리에 있는 이민자 구금 시설들이 매우 열악해 수감된 이민자들이 인간적인 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 감사관실이 미국 국경 이민자 구금시설 내부 모습을 공개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미국 국토안보부 감사관실은 지난 2일(현지시간) 지난달 미국 텍사스 남부 리오그란데 밸리의 이민자 시설 5곳을 방문한 후 '이민자 구금시설 실태 보고서'를 내놓았다. 구금 시설 내부 모습이 담긴 사진도 공개했다.
 
사진을 보면 41명을 수용할 수 있는 철창 안 공간에 88명의 이민자가 발 뻗고 누울 공간도 없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한 남성은 '도와달라'고 적은 종이를 창문에 내보이고 있고, 기도하는 듯 두 손을 모은 남성도 있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감사관실 직원들은 보고서에서 이민자수용소의 모습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더 혼잡하고 불결한 시설이었다고 밝혔다. 한 정부 고위 관리는 이민자 구금시설의 상황을 "째깍거리는 시한폭탄"이라고 표현했다.
 
수용소 시설에서 연방법이나 국경순찰대 규정 위반 소지가 있는 상황도 확인됐다. 구금시설 중 두 곳은 감사관실 직원이 방문하기 전까지 아동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지 않았고, 성인에게 계속 볼로냐 소시지가 들어간 샌드위치만 줬다
 
구금된 아동 2,669명 중 31%는 72시간 이상 구금돼 있었고, 7살 이하 어린이 50명 이상은 장기 수용시설로 이동하기 전에 2주 이상 구금시설에 머물러야 했다. 한 달 동안 샤워를 못 하고 물수건으로 대신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오랫동안 갇혀 지내면서 보안 사고의 위험도 커졌다. 보고서에는 유치장 청소를 위해 잠시 밖으로 나온 이민자들이 유치장으로 돌아가길 거부한다거나 유치장 밖으로 나가기 위해 일부러 담요나 양말을 변기에 넣어 막히게 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美 국토안보부 감사관실이 낸 이민자 구금시설 실태 보고서(사진제공=연합뉴스)
 
이번 보고서와 사진들로 이민자 관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비인간적인 이민자 구금을 중단해야 한다는 시위도 열렸다. UPI통신은 지난 2일 미국 전역에서는 이민자 구금시설의 폐쇄를 요구하는 집회가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한편에선 이민자 구금 방침에 제동을 거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워싱턴 주 서부 연방지방법원의 마샤 페치먼 판사는 이날 "미국에 불법으로 입국해 망명을 신청한 이들을 구금하는 대신 보석 심리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미 법무부는 오는 15일부터 이민자들의 보석 심리 없이 구금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미국시민자유연맹 등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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