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제가 도입된 후 1년이 지났다. ‘저녁 있는 삶’을 위해 야근을 줄이고 정시퇴근을 독려했다. 그 결과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이 높아졌다는 사람이 많다. 퇴근 후 문화센터에 가고, 운동을 하고, 가족과 여유로운 저녁시간을 즐긴다. 하지만 ‘저녁 있는 삶’이 딴 세상 이야기인 사람들도 많다.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밸'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데일리굿뉴스

같은 회사, 다른 워라밸

모 공기업 1팀에 재직중인 7년 차 직장인 이 씨는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팀마다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지켜지는 편이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주 52시간제가 시행되고 퇴근 후 필라테스 수업도 들을 수 있게 됐다.

그는 “처음 입사했을 때와 회사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이전엔 야근이 끝도 없었는데 저녁 있는 삶, 문화의 날과 같은 제도를 만들면서 집에 가기가 수월하다”고 퇴근 후 달라진 일상을 말했다.
 
하지만 같은 회사 2팀 20년 차 직장인 홍 모씨에게 ‘워라밸’은 딴 세상 얘기다. 일의 양은 같지만 별도의 인력충원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차피 주 52시간이라는 게 8시간씩 근무하고, 2시간씩 5일을 야근해도 52시간 이내다. 사실상 저녁 있는 삶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의 특성상 일감이 몰리는 시기가 있다. 그럴 땐 주 52시간을 넘기기도 하는데 감사가 심하니, 야근 수당 책정을 다음주나 다음달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답했다. 또 “하물며 공기업도 이런데 사기업은 어느 정도일지 가늠이 안 간다”고 말했다.
 
직장인 2명 중 1명 ‘여전히 초과근무’

실제로 올해 5월 직장인 앱 블라인드에서 1만 3,336명을 조사한 결과 직장인의 49%가 여전히 주 52시간을 넘는 초과근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와 홍 씨의 인터뷰가 통계로도 증명된 셈이다.
 
직장인 36%는 오히려 주 52시간제가 조직문화에 악영향을 끼쳤다고도 응답했다. 꼼수를 사용해 여전히 편법 근무를 하거나, 임금이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6시가 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는 ‘PC 오프제’나 사무실 소등의 방법이 통하지 않는 곳도 있다. 오히려 일거리와 노트북을 가지고 카페에 가서 잔업을 처리해야 한다.
 
워라밸의 양극화는 회사의 규모에 따라 나뉘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휴식 있는 삶을 위한 일하는 방식 개선방안 마련’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를 진행한 300인 이상 사업장 중 ‘대기업’에서 주 52시간제 도입이 안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시 퇴근 분위기가 정착됐냐’는 질문에 대기업은 75%, 중소기업은 21.7%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매출규모로 보면 1,100억 원 이상 규모 기업에서 63.6%가 ‘정시 퇴근 분위기가 마련됐다’고 대답했다. 반대로 120억 원 미만 구간에선 0%로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고 응답했다. 상이한 응답 결과는 회사 규모에 따라 워라밸의 양극화가 얼마나 심한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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