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회동을 통해 북-미 간 대화는 진전 기미를 보이는 반면 미국과 이란은 출구를 찾지 못하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란이 미국의 핵합의 탈퇴 1주년을 맞은 지난 6월 1년간의 '전략적 인내'를 끝낸다면서 핵합의 이행 범위를 일부 축소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저농축우라늄 저장 한도를 초과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이란, 국제사회 제재에 우라늄 보유 한도 넘겨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7월 1일 이란이 국제사회와의 핵 합의에서 정한 저농축우라늄(LEU)의 저장 한도(육불화우라늄 기준 300㎏. 우라늄 동위원소 기준 202.8㎏)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이 2015년 7월 미국 등 5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독일과 이룬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따라 2016년 1월부터 지켜온 의무(핵 프로그램 감축·동결)를 처음으로 어긴 것이 된다.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미국은 핵무기 개발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이란에 기준을 준수하라고 경고했다.
 
미 백악관은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란이 핵무기들을 개발하도록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며 "이란 지도자들이 그들의 행동 방침을 바꿀 때까지 이란 정권에 대한 최대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이란이 핵 합의를 파기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핵개발 관점에서 보면 이란의 핵 물질 저장한도 초과는 가장 위험성이 낮은 요건이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유럽이 핵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면 이번 조처는 되돌릴 수 있다"며 핵 합의를 완전히 뒤집거나 파기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란이 설정한 시한인 7월 6일까지 유럽에서 이란이 요구하는 원유 수입을 재개하지 않으면 2단계 조처를 시작한다고 경고했다.
 
미국·이란 날 세우는 갈등의 배경
 
최근 미국·이란 갈등의 기폭제는 미국의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와 서구사회의 대(對)이란 제재다.
 
지난해 5월 8일 미국은 핵합의가 지나치게 이란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동맹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독일)과 논의 없이 전격 탈퇴했다.
 
이후 미국은 핵합의 이전 수준으로 대(對)이란 제재를 부과했다. 이란산 원유 및 광물의 수입을 금지하고, 지난달 항공모함 전단, 폭격기 편대를 걸프 해역에 배치했다.
 
미국은 이란에 협상장으로 나오라고 제안하면서 △핵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 개발 사실상 포기 △역내 무장조직 지원 중단 △이스라엘 위협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란도 오만해 유조선 피격, 미군 무인 정찰기 격추 등의 반격에 나서며 "협박과 거짓을 일삼는 미국과 협상하는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미국이 이란에 경계하는 것은?
 
미국은 중동 내 이란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시아파 맹주’라 불리는 이란은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축출된 뒤 수렁에 빠진 이라크, 이슬람국가(IS)의 등장, 난민 사태로 폐허가 된 시리아, 내전 상태인 예멘 등으로 급속히 세를 확장하고 있다.
 
이란의 혁명수비대가 시리아, 이라크 등의 외교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변국 내 이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것에는 수니파 아랍 동맹국들의 협력 움직임도 있다는 분석이 있다. 수니파와 시아파는 같은 이슬람이지만 합의될 수 없는 종교적 신념으로 서로를 적대시 여긴다.
 
이런 가운데 시아파인 이란이 중동 내 주변국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가는 것은 수니파 아랍 국가에서는 전혀 달갑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니파인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는 미국이 무기를 수출하는 주요 국가다.
 
이란 핵도 여전히 문제다. 이란은 북한과는 다르게 완성된 핵무기는 없지만 핵 관련 시설과 기술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충분히 핵 무기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
 
2015년 서방국가와 이란이 핵합의를 하기 전 이란은 무려 약 2만 개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었다. 경제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던 이란은 당시 핵협상으로 핵 무기 개발을 중단했지만 마음만 먹으면 다시 만들 수도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미국은 지난 6월 24일 이란 신정일치 체제의 상징인 최고지도자를 제재 대상 명단에 올렸다. 이란 내부에서는 이란 정부의 합법성과 정통성을 부정했다며 반미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현재 미국과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 들일만 한 정치적 변수나 양국 지도부의 의지, 주변국의 적극적 움직임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게다가 이란이 경고한 2단계 조처에는 LEU의 농축도 상향,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아라크 중수로 현대화 중단 등 핵무기 개발의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는 조처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이란이 시리아 내전, 예멘 전쟁 등 중동 내 최대 현안과 이라크, 레바논 등 주변국에 대한 영향력이 큰 만큼 미국과 이란의 대치가 거칠어질수록 중동 전체가 경색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이란이 군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은 아직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지만, 북미 관계처럼 돌파구를 찾을 기미나 계기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태는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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