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을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불안하다. 출산율 0%대의 저출산의 현실과 100세 시대를 맞아 급격한 노인인구의 증가는, 소수의 생산가능인구(15~64세)에게 다수의 부양인구 책임이라는 부담을 안겨주게 됐다. 한때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가족계획·인구정책국가로 자부했던 대한민국은 이제 인구소멸을 염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본지는 인구절벽 시대를 코앞에 둔 우리 사회 출산 기피 현상을 조명하고 그 대안을 모색해본다.<편집자 주>
 
대한민국이 큰일 났다. 우리나라의 초저출산 문제는 인구절벽을 넘어 심각한 위기경보를 울린 지 오래다. 출산율 '0명 시대'는 사회경제 기반마저 흔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식은 물론 국내 소비시장까지 저출산에 따른 변화가 빠르게 일고 있는 중이다. 그야말로 저출산으로 인한 현상은 우리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한국 인구가 최악의 경우 내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2067년에는 3천 300만명대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병원 신생아실.(사진제공=연합뉴스) 

현상이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

소위 소비시장을 파악하면 현 사회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래 전망을 위한 소비시장 트렌드 분석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다. 올해 나온 분석들을 살펴보면, 눈에 띄는 변화가 보인다. 인구 변화에 따른 소비시장의 신(新) 풍경이 바로 그것이다.

연초 대한상공회의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급격한 저출산으로 인해 국내 소비시장이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과거 소비의 단위가 '가족'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나홀로'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인 가구 비중이 늘면서 가정간편식 시장은 꾸준히 성장했다. 반면 저출산 영향으로 분유 등 영유아식은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유제품 역시 2016년 2조 7,039억 원에서 2017년 2조 5,893억 원으로 4.2% 감소했다.

이 가운데 키즈 패션 시장은 오히려 성장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일어났다. 한 자녀 가정의 증가로 아이가 귀해짐에 따라 부모와 조부모, 삼촌에 이모까지 아이 한 명에게 물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추세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아이 하나를 위해서 10명의 어른들이 지갑을 연다는 '텐포켓'과 아이가 황금처럼 귀하다는 뜻의 '골든 키즈', 소중한 어린이라는 의미의 'VIB(Very Important Baby)' 등 다양한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저출산으로 인한 구조적 변화는 소비시장 한 단면만 봐도 파악될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젊은층 사이에서는 당당히 출산을 거부하는 문화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주 이용 층인 SNS상의 빅데이터에 따르면, 출산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지난해 70%에 달했다. 이는 블로그 5억 2,000만여 건, 트위터 122억여 건을 분석한 결과다.

부정적인 답변과 함께 자주 언급된 키워드로는 '삶'(5만 2,261건), '비용'(4만 6,000건), '경력단절'(3만 119건) 등이 꼽힌다. 즉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싶어하는 인식과 경제적인 부담 증가가 저출산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출산'을 강요할 수 없는 사회적 흐름이 이미 생성됐다고 진단한다. 서울여대 정재훈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제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이 더 이상 자연스럽지 않은 상황이 됐다"면서 "극복해야 할 것은 저출산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사회구조적 문제"라고 밝혔다.

그동안 저출산 정책들은 결혼을 통해 가족을 이루고 가족 안에서의 출산을 장려하는 데만 집중했던 게 사실이다. 지난 10여 년간 정부는 출산율 제고를 위해 80조 원이 넘는 재정을 투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출산과 결혼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만큼, 기존의 출산보건정책 프레임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각과 접근이 요구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동안의 전례를 볼 때, 재정을 통한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대책은 한계가 있다는 점을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며 "단기간 내 출산율을 올리는 묘책보다는 결혼을 하지 않는 원인과 아이를 낳지 않는 원인 등 근본적인 사회적 문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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