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소속 △△ 담당자 □□□입니다. 혹시 통화 가능하신가요? 다름이 아니라···."
 
회사원 정 씨(27)는 전화 업무 전 A4용지 한 장 분량의 ‘연락 스크립트’를 만든다. 스크립트에는 간단한 인사말과 상대방의 반응에 따른 상황별 대처법, 맺음말이 순서대로 적혀 있다. 하루에 많게는 수십 명의 사람과 통화해야 하는 업무를 맡았지만 좀처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미리 스크립트를 작성하지 않으면 전화 업무에 공포를 느끼는 수준이다.
 
▲직장인 10명 중 9명이 전화공포증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pxhere


직장인 10명 중 9명 ‘전화공포증’

우리 주변에서 정 씨처럼 전화 통화를 두려워하는 이른바 ‘콜포비아’가 많아졌다. 콜포비아란 전화공포증을 일컫는 말로 전화를 걸거나 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현상이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336명을 대상으로 ‘전화 공포증’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91.1%가 ‘전화 공포증에 공감한다’고 대답했다. 직장인 10명 중 9명이 ‘전화공포증’을 느끼는 셈이다.
 
전화 통화가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는 ‘혹시라도 말실수를 할까봐’가 절반을 넘었다. 그 다음은 ‘말을 잘 못해서’, ‘문자나 카카오톡, 메일 등 글로 소통하는 것에 익숙해서’, ’중간중간 대화 공백이 생기는 것을 참을 수가 없어서’가 뒤를 이었다.
 
전화공포증이 직장생활에 지장은 준 적 있다는 물음에 ‘자주 있다’는 응답이 46.1%로 가장 많았다. 걸려오는 전화가 받기 부담스러워 일부러 피한다는 답변도 30.1%에 달했다. 일단 전화가 오면 떨리고 긴장된다는 응답도 21.9%였다.
 
전화보다 익숙한 메신저 문화 
 
변화한 사회적 환경이 콜포비아를 낳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메신저와 SNS가 발달하면서 비대면 대화가 익숙해지는 것이다.

직장인의 전화 기피 현상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회사에선 업무지시나 대화가 메신저를 통해 이뤄진다. 간단한 회의는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이용한다. 
 
일상생활에서 이뤄지는 ‘언택트 마케팅’도 한 몫 한다. 언택트란 연결을 의미하는 ‘contact’와 부정어 ‘un’의 합성어로 고객과 마주하지 않고 서비스와 상품을 판매하는 마케팅 방식을 의미한다. 요즘은 쇼핑에서부터 음식 주문, 택시 부르기 심지어 계좌개설까지 비대면으로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생활양식의 변화가 직접소통을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직접적인 대인관계가 줄다 보니 전화 통화도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이런 현상을 두고 콜포비아에 시달리는 사람을 위한 팁까지 등장했다. 알바천국은 ‘20대 콜포비아를 위한 채용공고전화 TIP’을 소개했다. 갑작스럽게 채용 전화를 받았을 때 당황하지 않고 답변할 수 있는 방법으로 ‘메모’를 제시했다.
 
전화 잘 받는 방법을 알려주는 스피치 강좌도 생겨났다. 한 스피치학원 원장은 “전화 통화하는 것에 긴장을 느끼는 직장인들이 종종 문의를 한다”며 “전화 매너뿐만 아니라 전화를 겁내지 않는 방법을 물어보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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