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를 어떻게 손볼 지의 문제는 올 여름 관심이 가장 높은 사안 중 하나다. 최근 정부는 서민들의 전기요금부담을 줄이겠다며 누진제 개편을 위한 3가지 방안을 내놨다. 개편안을 두고 의견수렴에 나선 가운데 누진제 개편과 폐지라는 양자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 11일 열린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 모습.(사진제공=연합뉴스)

여론은 '누진제 폐지안' 선호, 깊어지는 정부의 고민

정부와 한국전력이 3가지 안을 내놓고 국민들의 의견을 모으려고 하지만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여론은 누진제 폐지 쪽을 원하고 있지만, 누진제를 폐지할 경우 전기료 부담이 느는 가구가 되려 늘기 때문이다. 한전의 부담도 커진다.  

이번에 마련한 개편안은 크게 누진제를 유지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으로 나뉜다. 우선 1안은 현재 3단계 누진제 구간을 유지하고 7~8월에만 구간을 확대해 요금을 깎아주는 것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혜택을 보는 가구가 많아 현실적이라는 평가다.

두 번째 안은 3단계 누진제를 여름철에만 2단계로 줄여 냉방 시 폭등하는 요금을 막는 것이다. 첫 번째 방식과 효과는 비슷하지만 할인혜택을 받는 가구가 적고 전력다소비 가구에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지적이 많다.

마지막 방안은 누진제 자체를 폐지하고 1년 내내 단일요금을 적용하는 안이다. 이 경우 수혜대상 가구와 할인금액이 적고 오히려 1,400만 가구에서 요금인상이 발생한다. 1안은 1,629만 가구가 한 달에 1만 142원, 2안은 609만 가구가 1만 7,864원, 3안은 887만 가구가 9,951원 각각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수혜받는 가구가 가장 많은 1안을 가장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그러나 여론의 의견은 3안으로 쏠리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40% 이상의 국민이 누진제 폐지안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 홈페이지의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안 온라인 의견게시판'에서도 3안인 누진제 완전 폐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문제는 누진제를 폐지하면 매년 2,500억 원 이상 늘어날 한전의 부담이다. 국민의견 수렴 차 지난 12일에 열린 공청회에선 한전 부담이 최소 961억 원에서 많게는 2,985억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전기요금 누진제 문제와 여름철 폭염 및 겨울철 한파 대책이 섞여 전기요금 인하만 하게 되고 부담을 한전이 떠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한전의 손실로 정부의 공적 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면 전기료 인상이나 세금지원이 이뤄지기에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요금할인'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폭넓은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정한경 전 에너지연구원 연구위원은 "특정 소비자에게 원가 이하로 공급한다고 해서 비용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며 "소비자 각자가 비용을 발생시킨 만큼 공정하게 부담하는 것이 공기업의 사회적 책무 중 하나"라고 밝혔다.

정부와 한전이 누진제 논의를 시작한 만큼 국민의 불만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커 보인다. 정부는 이달 안에 전기료 개편작업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경제계 관계자들은 "여름을 앞두고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이 어떻게 결정될 지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며 "한전 적자에 대한 대응책과 함께 국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안을 수립하는 지혜가 요구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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