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40년 넘게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돼 온 미국에서 ‘낙태 찬반논쟁’이 다시 일고 있다. 앨라배마주에서 성폭행 피해로 인한 낙태까지 금지하는 법을 마련한 것이 찬반논란을 붙게 한 기폭제가 됐다. 특히 이번 논쟁은 미국 내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있어 내년 대통령 선거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미국 앨라배마주와 미주리주 상원 등 낙태금지를 입법화하는 주가 늘면서 미국 전역에 낙태 찬반논쟁이 가열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초강경 낙태금지법 등장, 격한 법정공방 예고
 
최근 우리나라는 ‘낙태를 금지하는 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와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최근 들어 낙태를 둘러싼 찬반논란이 심화되고 있어 그 양상이 심상치 않다.
 
이 같은 논란이 야기된 건, 성폭행 피해자의 낙태까지 불허하는 초강경 낙태금지법안이 미국 앨라배마주에 이어 미주리주 상원에서 잇달아 통과되면서다.
 
앨리배마주가 통과시킨 법안은 임신 중인 여성의 건강이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됐을 때의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든 낙태를 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성폭행 피해로 임신하게 된 경우나 근친상간으로 아이를 갖게 된 경우 등에 대한 예외도 허용하지 않는다. 낙태 시술을 한 의사는 최고 99년형에 처하도록 했다. 사실상 앨라배마주에서는 낙태가 원천 봉쇄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화당이 다수인 미주리주 상원은 지난 16일(현지시각) 임신 8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이날 법안 가결은 앨라배마주가 초강력 낙태금지법을 마련한지 불과 하루 만의 일이었다.

이에 앞서 조지아, 켄터키, 미시시피 주 등도 태아의 심장 박동이 인지되는 통상 임신 6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처럼 미국 내에서 낙태금지를 입법화하는 주가 늘면서 미국 전역에 낙태 찬반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나 공화당의 텃밭이자 보수성향인 다수의 남부 주(州)들이 연방대법원의 판례를 뒤집겠다는 의도로 낙태금지법을 내놓고 있어 정치적 갈등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2016년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윗을 통해 "앨라배마와 조지아, 오하이오, 켄터키, 미시시피의 낙태금지는 여성의 삶과 근본적 자유에 대한 소름끼치는 공격"이라며 비난했다.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앨라배마주 상원의 민주당 소속 바비 싱글턴 의원도 CNN방송에 출연해 "(법안 통과는) 여성들에 대한 성폭행"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성폭행 가해자보다 낙태 시술을 한 의사가 더 중한 형을 받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낙태금지법안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이번 낙태금지법안들이 여성의 낙태 권리를 인정한 1973년 연방대법원의 ‘로 대(對)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뒤집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앨라배마주 테리 콜린스 하원의원(공화당)도 법안 통과 후 "이 법안은 '로 대 웨이드'에 도전하기 위한 것이며 태어나지 않은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공언했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낙태를 둘러싼 논쟁이 뜨거워지면서 다시 연방대법원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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