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스승의 날을 맞아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교사 10명 중 9명이 "사기가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연합뉴스

교육 현장에 들어온 적색경보…교권 확립 대책 마련 시급
 
교사 10명 중 9명이 "교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의 사기 저하는 학생교육과 학생지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스승의 날을 맞아 교육 현장에 빨간 경고불이 들어오면서 '교권확립'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스승의 날을 앞두고 4월 29일부터 5월 6일까지 전국 유치원·초·중·고 및 대학 교원 5,493명을 대상으로 '제38회 스승의 날 기념 교원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교원들의 사기가 최근 1~2년간 어떻게 변화했나'라는 질문에 교사 87.4%는 '떨어졌다'고 답했다. 조사를 처음 실시한 2009년 이래 역대 최고 수치다. 2009년 당시 '떨어졌다'는 비율이 55.3%였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32%p 증가했다. '변화 없이 그대로다'라는 응답은 10.3%, '대체로 높아졌다' '매우 높아졌다'는 각각 1.9%와 0.3%에 불과했다.
 
교사 10명 중 7명은 교권 보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였다. 많은 교사가 교권을 침해 받는다고 느낀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의 교권은 잘 보호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한 교사는 65.6%에 달했다. 반면 교권 보호가 잘 되고 있다는 응답은 10.4%에 그쳤다.   
 
교권 침해는 다른 통계에서 다시 한번 증명됐다. 교육부가 14일 집계한 '2014~2018년 교육활동(교권) 침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8년 학부모 등에 의한 교권 침해는 총 201건이었다. 지난 5년간 가장 많은 수치로 전년대비 2배, 2014년보다는 3배 이상 늘었다. 특히 초등학생이 교권을 침해한 사례는 해마다 빠르게 증가했다. 초등학생에 의한 교권침해는 △2014년 25건 △2015년 43건 △2016년 57건 △2017년 105건 △2018년 122건 등 최근 5년간 5배 가량 급증했다.
 
교사들의 사기 저하와 교권 하락 등은 학생교육과 학생지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기 저하와 교권 하락으로 인한 가장 심각한 문제'를 묻는 말에 교사 50.8%는 '학생 생활지도 기피 및 관심 저하'를 꼽았다. 이외에도 △학교 발전 저해 및 교육 불신 심화 22.9% △헌신, 협력하는 교직문화 약화 13.2% △수업 등 소홀로 학생 학습권 침해 6.2% △명예퇴직 등 교직 이탈 가속화 5.5% 등 순으로 집계돼 교육현장이 전반적으로 흔들리는 것을 방증했다.
 
한편 '교직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복수응답)에 대해선 교사 55.5%가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를 1순위로 꼽았다. 이어 △문제행동, 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 48.8% △교육계를 매도·불신하는 여론·시선 36.4% △교육과 무관하고 과중한 잡무 32.0% △톱다운 방식의 잦은 정책 변경 14.6% △권위적 학교문화, 동료 교직원 간 갈등 9.7% 등 순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고충은 교사들의 명예퇴직(명퇴)과도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교원 명퇴가 증가한 가장 큰 이유'(복수응답)라는 질문에 교사 89.4%가 '학생 생활지도 붕괴 등 교권 추락'이라고 답했다. '학부모 등의 민원 증가에 따른 고충'도 73.0%나 됐다. 실제로 지난 2월 말 명퇴 교사 수는 총 6,019명으로, 지난해 2월과 8월 명퇴 교사를 합한 6,143명에 근접했다.
 
이번 조사는 교원들의 사기와 교권 추락이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을 여실없이 보여줬다. 교총은 교사들의 사기 저하는 학생 지도와 학교 업무에 대한 무관심, 냉소주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교원지위법의 현장 안착 등을 통한 실질적 교권 확립과 교원들의 생활지도권 강화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무상교육 등 포퓰리즘 정책보다는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쾌적한 교실환경을 구축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데 교육재정을 우선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은교사운동 김영식 대표는 최근 10년 사이 학교 내 굉장히 빠른 변화가 나타났다며 무조건 학생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의미 없는 메아리가 됐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학교가 다루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교사들에게 문제 해결에 대한 권한이 없는데 해결이 안 되면 책임추궁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학부모들이 교육활동에 과도하게 침해하면서 교사들이 버티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아이를 학교에 보낸다는 것은 교육을 학교에 맡긴다는 의미"라며 "그런데 부모가 가진 관점에 부합하지 않으면 잘못된 교육이라고 단정 짓고 문제를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현상이 많아지면서 교사들의 명퇴도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교사의 자존을 지키고 교권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사와 학교,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사들의 연대가 중요하다"며 "교사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지지하고 어려움을 털어놓고 힘이 되어주는 관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양보할 수 없는 교육의 영역이 있다"며 "최근 이 영역이 무너지고 있는데, 영역의 경계를 지킬 수 있도록 학교장의 역할과 책임, 그리고 사회적 합의와 그에 걸맞은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