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자살자 수 통계를 월 단위로 수립하면서 자살예방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자살통계를 신속하게 공표한 것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자살 시도를 낮춘 배경이 됐다. 자살대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선 우리나라 역시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자살대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선 우리나라 역시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사진제공=연합뉴스)

韓 자살통계 1년 소요, 현상 파악 늦을 수밖에
 
일본의 연간 자살자 수는 2003년 3만 4,427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꾸준히 3만 명 대를 기록해왔다. 그러나 2006년 자살대책기본법이 수립되고 2009년부터 '월 단위'로 통계를 작성하면서 자살자 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지난해 자살 사망자는 2만 840명으로 2003년과 비교하면 40% 가까이 줄었다. 이 같은 결과는 한달 단위로 공개되는 자살통계 영향이 컸다. 일본당국의 자살예방 실무자들이 월간통계를 토대로 자살형태를 분석하고 시시각각 대응한 게 주효했다.   
 
자살종합대책추진센터 모토하시 센터장은 한 언론 매체를 통해 "자살 실태가 어떤지 명확하게 알아야지만 자살예방 정책을 세밀하게 세울 수 있다"면서 "그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누가, 언제, 어디서, 왜 사망했는지 명시된 기본 자료가 신속하게 제공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경찰청은 자살문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자살통계 발표 주기를 연 단위에서 월 단위로 변경했다. 1998년에 연간 자살자가 3만 명을 처음 돌파한 이후 감소할 기미가 안 보이자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다.
 
자살자 수 정보 공개가 신속하게 이뤄지면서 특히 소규모 단위 지방자치단체에서 효과를 거뒀다. 일본 지자체의 자살대책 실무자들은 "작은 지자체인 경우, 매월 집계되는 자살통계를 전월과 비교하면 지역의 자살경향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 분석이 용이해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자료공개 지연·한정이 문제

그렇다면 한국의 자살통계는 어떠할까. 한국은 일본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일본에선 열흘 만에 지난달 자살통계가 공개되지만, 한국에선 전년도 자살률 통계(인구 10만 명당)가 그 이듬해 9월에서야 발표된다. 실제적인 데이터 확인은 12월에 가능하므로 자살통계가 공개되기까지는 근 1년여가 소요되는 것이다.
 
자살 관련 정보공개에 있어서도 매우 제한적이다. 동거인 유무, 사망 기간·요일, 자살시간 유무 등 구체적 사망 내용까지 확인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사망자의 성별, 연령, 직업, 사망장소 등 기본 사항만 확인하고 있다. 세부적인 데이터도 공개가 차단된 상태다. 중앙자살예방센터를 통한 확인만 가능하며 승인된 사람만이 웹페이지에 가입해 열람할 수 있다.
 
이처럼 정보 공개가 지연·한정되는 요인에는 자살을 개인적 문제로 취급하는 사회적 기류가 꼽힌다. 더불어 유가족 등 사망자 주변인들이 정보제공을 꺼리는 점도 정보 공개가 지체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안전실천시민연합 이윤호 본부장은 "자살 자체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있는 문화가 자살 통계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바로 '상황파악'이다. 이제는 자살을 사회적 요인으로 보고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그 단초가 되는 것이 현상 파악이 가능한 통계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수립하고 뒤늦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영진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월별 통계 제공이 가능하도록 국가자살동향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면서 "도입된다면 당장 3개월 후라도 자살통계를 집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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