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인도적 식량지원 구상이 공식화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EP)의 북한 실태보고서가 명분을 조성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가 결정적인 동력을 제공했다.   
 
 ▲정부 대북 인도적 지원 현황.(자료=통일부, 표=연합뉴스)

'인도적 지원' 위한 방식·규모 등 검토

한미 정상이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부도 추진 방침을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지원방식 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식량지원을 통해 남북, 미·북 대화 테이블을 다시 펼치겠다는 복안을 세운 셈이다. 정부는 식량지원의 방식과 시기, 규모 등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현재로선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 지원이 현실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당국 차원의 직접 식량 제공도 많이 거론되고 있다.

국제기구를 통한 공여는 남북간 직접 협상을 거치지 않고 국제기구의 대북지원 사업에 정부가 공여금을 내는 방식이다. 2010년 직접 지원이 끊긴 이후에도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유력한 방식으로 꼽힌다. FAO와 WFP가 이번 실태보고서에 담은 '인도적 개입' 요청에 부응하는 측면도 있다.

다만 국제기구 공여는 간접적인 성격이 있는 만큼, 과감한 대북 '드라이브' 차원에서 정부가 과거와 비슷한 직접 식량지원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1995년부터 2010년까지 북측에 부정기적으로 직접적인 유무상 대북 식량지원을 실시했다. 정부가 북측에 직접 식량을 지원한 것은 2010년 국내 쌀 5,000t이 마지막이다.

정부는 2000년, 2002~2005년, 2007년에 30~50만t의 쌀을 차관 형식으로 북한에 직접 지원했다. 총 240만t에 달한다. 2006년과 2010년엔 수해 지원을 이유로 각각 쌀 10만t과 5,000t을 무상지원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무상지원이 2,288억 원 상당이고 차관은 8,728억 원이었다. 이 같은 전례로 볼 때 정부는 이번에도 10만t 이상의 쌀을 지원할 공산이 크다.  

직접 지원을 위해서는 남북간에 규모 등을 협의해야 하기에, 정체된 남북관계에 대화의 물꼬를 틀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나 '인도적 지원'이라는 명목하에 대북 지원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많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지원이 많이 거론되지만 남북 관계 개선으로 북미 관계를 진전시키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직접지원 방식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원시기와 접근 방안 등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북지원단체 관계자는 "인도적 지원이 굉장히 좋은 카드이지만 그냥 썼다가 북한이 거부하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며 "일단 800만 달러 공여안을 추진하면서 나머지는 추후 북한과 협의해서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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