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사망률 감소를 위해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 교통안전시설 개선을 위한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관련 예산안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교통범칙금을 교통안전 예산에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 수원시는 초등학교 20곳에 교통안전시설 옐로카펫을 설치했다. 지동초등학교 앞에 설치된 옐로카펫(사진제공=연합뉴스)

연간 교통범칙금 '8천 억'원이지만 교통안전과는 무관
 
행정안전부는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큰 지역, 어린이·노인 등 교통약자가 주로 이용하는 지역의 교통안전시설을 확충하고자 올해 정부예산 약 566억 원 가량을 편성했다.
 
또 행안부는 안전신문고 앱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발견한 위험요소를 방치하지 않고 앱으로 찍어 올림으로써 위험 상황을 행정기관 등에 신고하도록 마련된 것이다. 각종 재난과 사고위험으로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1분기 행정안전부 안전신문고 앱에 접수된 신고 7만 2,278건 중 교통안전이 5만 1,121건(70.7%)으로 가장 많았다. 교통 표지판과 횡단보도, 안전펜스, 신호등 등 교통시설과 불법주차에 대한 신고 등이 포함된다. 잇따른 교통안전시설 신고접수 결과는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체계적인 교통시설 장비 구축이 절실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하지만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는 교통안전시설 예산 상황은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7개 광역지자체가 각 지방경찰청에 요청한 교통안전시설 예산은 모두 5,390억 원이었다. 광역지자체들은 회전교차로 확충, 어린이 통학로 보도 설치, 횡단보도 등 차선 재도색 등에 필요하다며 지원을 요청했지만 요청액의 87.4%인 4,713억 원만 지급된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은 107억 원을 신청해 76억 원(71.5%)을 받았고, 경남과 경북은 각각 신청액의 67.7%와 62.4%를 수령하는 데 그쳤다.
 
애초 편성된 예산이 부족하다면 이를 충당할 수 있는 것으로 교통범칙금을 떠올릴 수 있다. 통상적으로 △안전띠 미착용 경우 3만 원 △주정차 위반 시 4만 원 △속도위반 최고 벌금 12만 원 등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내야 하는 과태료들이 교통안전을 위해 재투자 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5년 이후 매년 8,000억 원가량 과태료와 범칙금이 걷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만해도 7,985억 원의 과태료와 범칙금이 부과됐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범칙금이 교통사고 예방 아닌,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알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교통범칙금이 정부의 일반회계로 편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까지만 해도 범칙금은 교통사고 예방 예산으로 사용됐으나, 법이 바뀌면서 현재 이 돈은 정부의 일반회계로 편입되고 있다. 때문에 교통안전에 쓰기보다는 세수를 늘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교통 선진국들의 특별회계법, 우리나라에도…?
 
그런가하면 교통안전을 위한 수요는 늘고 있어 지자체는 교통안전시설 개선 예산편성에 골머리를 앓는다. 서울시의회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9억 원이라는 교통안전 시설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외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지금보다 1,000명 줄여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에 맞추려면 예산이 투입돼야 할 곳이 보다 많은 것으로 진단됐다. △야간에 잘 보이지 않는 차선 △반사경이 없는 곡선 구간의 시야 사각지대 △노후한 방호울타리 △부족한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교통 선진국들의 상황은 어떨까?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교통범칙금을 교통안전에 쓰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일본은 지자체에 우리 돈으로 약 5,300억 원(527억만 엔)의 교부금을 지급해 신호등 설치, 표지판 보수, 노면 도색 등에 사용하도록 했다. 미국과 영국 역시 수십년 전부터 '교통안전시설 특별회계'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범칙금을 교통시설에 투자하는 것으로 법을 지정하고 있다.
 
우리정부에도 '교통안전시설 특별회계'가 대안으로 제시된다. 교통안전과 관련된 투자가 시급할 때 과태료와 범칙금 수입의 20% 가량을 교통안전을 위해서만 쓸 수 있도록 별도의 예산을 두는 것이다.
 
실제 특별회계 도입과 관련한 법안들은 국회에 발의돼 계류 중이다.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 보조사업에 재정을 확대 지원함으로써 지자체가 관리하는 도로 안전관리를 향상시키고 교통사고를 감소시킨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이에 대해 엇길린 의견을 내놓았다. 국민안전을 위해 중앙정부 지원을 요구한 경찰청의 요청대로 연간 2,800억 원 정도의 예산을 주고 있는 기재부는 더이상 별도 회계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칼럼 <예산없이 교통안전 없다>을 통해 "흔히 교통안전은 운전자나 보행자가 주의할 문제이지, 돈을 들여 개선할 정책과제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안전을 위해 돈을 쓸 곳은 많다"며 "중앙정부가 지자체 교통안전 예산을 지원하면 지자체에 교통안전 관련조직이 만들어지고 안전사업도 다양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