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보고서 '압박받은 중산층(Under Pressure : The Squeezed Middle Class)' ⓒ연합뉴스

치솟는 물가 반해 임금은 둔화…중산층 위협

전 세계 중산층이 해마다 빠른 속도로 얇아지면서 정치적 불안정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OECD는 최근 '압박받은 중산층(Under Pressure : The Squeezed Middle Class)' 보고서를 발간해 35개 회원국에서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중산층(해당국가 중위 소득 75~200% 수준) 비율은 1980년대 중반 64%로 집계됐다. 그러나 매년 점차 감소해 2010년대 중반에 들어서는 61%까지 감소했다.
 
세대별로 살펴보면 베이비붐 세대(1943~1964년생)의 경우 중산층 비율이 68.4%에 달했다. 하지만 다음 세대로 내려갈수록 중산층 비율도 떨어졌다. X세대(1965~1982년생)와 밀레니얼 세대(1983~2002년생)의 경우 중산층 비율이 각각 63.7%와 60.3%에 머무는데 그쳤다.
 
이 같은 배경에는 고숙련 직업 비중이 커지는 등 중산층 진입 장벽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OECD의 분석이다. 실제로 20년 전 3분의 1에 불과했던 고숙련 직업 비중은 현재 2분의 1로 커졌다.
 
또 중산층은 임금 상승률 둔화에 반해 치솟는 물가 상승률 등의 이중고로 압박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OECD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집값이 중산층의 삶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거비용은 지난 30년 동안 2배 이상 상승했다.
 
반면 소득 증가세는 33%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득 증가세 둔화는 더 심화돼 지난 10년간 중산층의 실질 소득은 연간 0.3% 늘어나는 데 불과했다. 소득구간별 격차도 컸다. 소득 중위 가구의 실질가처분소득 증가 폭은 지난 30년간 상위 10% 가구와 비교해 3분의 2 수준에 머물렀다.
 
한편 중산층의 40% 정도는 재정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35개 회원국 중산층 8가구 중 1가구꼴로 과도한 채무를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중산층 15.5%가 과도한 채무로 허덕이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35개 회원국 가운데 12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의 중산층 비율은 61.1%로 나타나 평균(61%)을 조금 웃돌았다. 미국의 중산층 비율은 30년 동안 4.3%포인트 감소한 51.2%에 그쳐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중산층 비율은 35개 회원국 중 멕시코와 칠레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수치다.
 
OECD는 보고서에서 "탄탄한 중산층은 경제·정치적 안정성을 높이는 사회의 필수동력"이라며 "중산층의 위기에 대한 각국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또 "중산층은 경제 성장 혜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사회경제 구조가 불공정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중산층의 위기가 민족주의, 고립주의, 포퓰리즘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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