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오는 2022년부터 장애인 거주시설의 추가 입소가 제한된다. 정부가 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시설 입소를 최소화하고, 자신이 살던 곳에서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아 살아갈 수 있도록 '탈(脫)시설' 로드맵을 내놓은 것이다. 
 
 ▲최근 정부가 지역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총 3단계로 나뉜 탈시설 제도화 계획을 발표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장애인 자활의 중점, 실효성은 '글쎄'

 
최근 정부는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및 탈시설 기본방향' 초안을 발표했다. 여기엔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총 3단계로 나뉜 탈시설 제도화 계획이 담겨있다.
 
2026년까지 장애인들을 위한 주거 인프라 등을 확보하고, 기존의 집단거주시설을 개편해 장애인들의 탈시설을 정착시킨다는 게 주요 골자다. 정부는 이를 위해 향후 시설 입소 시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고 자립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입소를 허용할 방침이다.
 
시설의 형태와 기능도 개편한다. 대규모 시설의 경우 기능을 재정비하고, 30인 이하의 소규모 시설들은 시설변환 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오는 2026년부터는 기존의 장애인 주거시설을 '중증장애인 지원기관'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정부 방침은 비인격적이고 획일적인 시설의 운영 실태가 배경이 됐다. 그간 장애인 거주시설은 강제구금과 폭행 등으로 인권침해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2000년대 이후에만 성람재단과 광주 인화학교, 대구시립희망원 등 다수의 시설에서 학대와 비리, 노동착취 등의 범죄가 드러났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은 "장애인 본인 스스로가 입소를 결정한 경우는 20% 내외에 불과하다"며 "개인재산이나 신분증 관리도 대부분 시설에서 맡고 있어 외출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서구 국가들의 경우,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한 '탈시설 정책'을 실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스웨덴은 1985년 '탈시설' 선언 이후 1999년 12월 모든 시설을 강제 폐쇄했다. 현재 정책이 정착된 상태로 장애인들의 삶이 향상됐다는 보고가 많다. 탈시설 장애인들의 자기주체성이나 사회관계 능력이 이전보다 개선됐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정부정책을 두고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특히 정신장애인의 경우, 2017년 5월 시행된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장애인의 치료와 요양, 사회적응훈련 등을 보호할 의무를 가족 등 보호의무자에게 한정하고 있다.
 
이러한 가족 중심의 돌봄체계는 생계빈곤과 환자의 돌발적인 난폭 행동, 사회적 낙인 등의 문제를 만나면 크게 흔들릴 소지가 있다. 지역에 있는 자활훈련센터가 장애인들을 수용할 여력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에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나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주거나 일자리 등의 촘촘한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대 김문근 교수는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위해선 직업재활 및 고용지원 등의 대안적인 소득지원 방안이 강화돼야 한다"며 "주거공간을 비롯해 사회와 단절되지 않으면서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 등을 장애인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시설 퇴소 장애인들에게는 '케어안심주택'을 지원하고, 기초생활보장급여 지급특례를 적용해 1인당 1,200만원 가량의 자립정착금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돕는 '활동지원서비스'도 퇴소 후 6개월간 한 달에 20시간 씩 추가로 지원키로 했다.
 
다만 지자체의 재정 문제로 예산 확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계획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정부관계자는 "장애인들 사이에서도 여러 의견이 있어 중지를 모으기 쉽지 않지만, 현재로선 일단 큰 방향성 두고 점진적으로 추진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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