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영혼으로 불리던 노트르담 대성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화마에 휩쓸렸다. 이번 화재는 230년 전 잘 준비된 매뉴얼로 최악의 참사를 막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2008년 방화로 타버린 숭례문 앞에서 눈물 흘리는 시민(위)과 2019년 화염에 휩싸인 노트르담 대성당을 보며 눈물 흘리는 파리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230년 된 매뉴얼최악의 참사 막아

"프랑스의 영혼이 불탔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구도심 센 강변 시테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프랑스의 영혼으로 불리던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마에 휩싸이면서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휘감던 불길은 발생 8시간이 지난 후에야 완전히 진화됐다. 그러나 발화 시작점으로 추정되는 첨탑과 본관 지붕 3분의 2 이상이 화마를 견디지 못하고 붕괴한 후였다.
 
이번 화재는 대응 매뉴얼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는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CN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화재 발생 후인 오후 6시 15분 첫 화재경보기 알람이 울렸지만, 그로부터 36분이 지난 오후 6시 51분에서야 첫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쳐 초기 진압에 실패한 것이다. 신고가 늦어진 배경에는 육안으로 확인한 후 신고하도록 돼 있는 성당의 매뉴얼 때문으로 알려졌다. 성당 경비원들이 확인했을 때는 이미 불길이 번져 높이 치솟은 상태였다.
 
하지만 화재 대응 매뉴얼 덕분에 최악의 참사는 막았다는 평가가 더 우세하다. 비록 첨탑과 지붕이 붕괴하는 등 큰 피해를 보았지만 두 개의 종탑, 스테인드글라스 장미창, 황금 가시면류관, 프랑스 국왕 루이 9세의 튜닉(헐렁한 로마식 상의) 등 주요 유물들은 대부분 무사했다. 기적처럼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데에는 230년 전에 마련된 소방 매뉴얼과 훈련, 첨단 기술 등이 삼위일체 된 덕분이었다.
 
프랑스는 1789년 프랑스대혁명 때 만들어진 화재 대응 매뉴얼 및 문화재별 비상 매뉴얼을 바탕으로 그동안 실전과 같은 대규모 훈련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지난해에도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대규모 훈련이 두 차례 진행된바 있다. 이날 화재에 동원된 500여 명의 소방관과 사제 등도 그간 훈련해왔던 화재 대응 매뉴얼을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문화재 중요도에 따라 우선수위를 매겨 보호했고, '인간 사슬'을 만들어 유물을 무사히 밖으로 옮겼다. 이미 불길이 번진 첨탑을 포기하고 종탑을 보호한 것도 노트르담 대성당의 완전한 붕괴를 막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한국은 프랑스보다 11년 먼저 국보 1호 숭례문을 방화로 소실한 뼈아픈 경험을 겪었다. 이번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로 다시 한번 '소 읽고 외양간 고친다'는 교훈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문화재 보호 및 대비를 위한 철저한 매뉴얼 구축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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