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조사에서 '결혼이 의무가 아니다'라고 답한 사람은 56.4%로, 조사 이래 처음으로 과반을 넘어섰다. 젊은 세대일수록 결혼은 '선택'이란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인식이 이렇게 변했음에도 한국 사회는 결혼하지 않은 이들에게 '왜'라는 질문과 '외롭겠다'는 식의 걱정, 지탄을 먼저 보낸다. 심지어는 결혼하지 않은 상태를 '결혼 이전'의 임시상황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비혼(非婚)을 택한 이들은 결혼의 책임을 지지 않음으로써 그저 가뿐하기만 할까.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재정문제, 주거, 사회적 편견 등 고난과 역경이 지뢰처럼 숨어 그들을 기다린다. 비혼을 '문제' 혹은 '단순한 현상'으로 치부해선 안 되는 이유다.

여기에 책을 펴내 세상의 선입견이 덧씌워지지 않은 진정한 비혼 라이프를 공개한 이들이 있다. '41년생 우리나라 비혼 1세대' 김애순(78)과 '1988년생 비혼계 떠오르는 샛별' 이진송(31)이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비혼을 비정상, 사회문제 원인으로 보는 우리 사회에 통렬한 한 방을 날린다. 그리고 우리로 하여금 진정한 결혼의 의미와 책무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최근 비혼(非婚)을 선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비혼(非婚), 또 다른 삶의 형태일 뿐 

최근 이런저런 이유로 당당하게 비혼(非婚)을 선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결혼이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시대가 된 셈이다. 저자 김애순과 이진송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비혼>에서 비혼을 결심한 계기부터 그간 느낀점까지 비혼경험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대담 형식의 두 사람의 대화를 읽다 보면, 비혼이라는 공통점만으로 47년이라는 세대차가 무색해진다.

이들이 먼저 공통되게 말한 건, 비혼으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에도 우리 사회는 그 면면은 보지 않은 채 이들을 보통의 범주가 아닌 것으로 규정한다는 것이다. 이진송은 "비혼을 외치는 사람들을 '이기적'이거나 혹은 자기밖에 모른다거나, 감정이 메말랐다는 식으로 결혼시장에서 낙오한 사람으로 보면서 자꾸 성격상의 문제점을 찾아내려 한다"고 말한다. 그의 말은 비혼주의자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일상에서의 감정적 어려움을 대변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혼을 선택하는 데는 다양한 문제와 결부된다. 가부장적 문화에 편입되고 싶지 않아서 혹은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등 개인 가치관의 이유일 수 있지만, 사회적인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일례로 2030세대가 결혼을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 꼽힌다. 서울시의회 '서울시 1인 가구 대책 정책연구'에 따르면 '경제적 여건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20대가 39.7%, 30대는 39.2%에 달했다. 홀로 사는 청년 10명 가운데 4명이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과 청년실업 증가 등 팍팍한 현실이 결혼에 대한 인식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두 저자는 이 같은 다양한 면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비혼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보는 시각에 아쉬움을 드러낸다.

"비혼을 바라볼 때 결혼의 문제점에만 초점을 맞추면 결국 대안은 ‘좋은 결혼’, ‘문제점이 개선된 결혼’이 돼요. 저는 그보다 비혼이 다양한 삶의 방향 중 하나로 여겨지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고 내가 결혼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차별이나 제약에 부딪히지 않는 세상을 원해요."(이진송)

비혼주의자들이 비혼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이며 비혼으로 살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나’를 잘 보살피는 방법은 무엇일까. 비혼주의자
 ▲김애순·이진송 지음,알마 
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 모든 질문들에 대한 답은 두 저자의 대화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이 비혼의 모든 면을 담아내려고 노력한 두 저자의 목표는 결국 '비혼은 이기적이다. 문제가 있다'는 편견에 어퍼컷을 날리는 것.

이들은 이제 개인의 노력이나 희생 없이도 비혼이 자연스러운 삶의 형태로 받아들여져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비혼이 완벽해서, 기혼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해서, 결코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서 비혼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 삶이 더 나에게 맞고, 내가 원하는 모습이고, 그에 수반하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결혼하지 않기로 했다. 이것은 특별하거나 이상한 일이 아니며, 결혼할 자유만큼이나 중요한 ‘결혼하지 않을 자유’를 누리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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