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과 두 딸의 갑질로 사회적 공분의 대상이 됐던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회장(70) 일가에 또 한 번 악재가 겹쳤다. 3월 27일 대한항공 제 57기 주주총회에서 관심을 끌었던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찬성 64.09%, 반대 35.91%로 부결됐기 때문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출처=연합뉴스)

이처럼 주주들의 반대로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이 좌절된 조 회장이 앞으로 대한항공 경영에 어떤 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조 회장 연임안 부결은 대한항공 지분 11.5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고 외국인·기관·개인 주주 등이 24.35%의 반대표를 던진 결과에 의한 것이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전날 조 회장 사내이사 연임안에 반대 입장을 내기로 결정하면서 조 회장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조 회장이 작년 10월 총 270억 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등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이날 조 회장 사내이사 선임안이 부결되자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총수 전횡을 견제하고 재벌 적폐를 청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이번 결정에 환영을 표했다.

이들 단체들은 "주주들이 재벌 회장을 쫓아내 전횡과 일탈을 견제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사이에서는 이날 조 회장의 연임안 부결을 두고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이 힘을 합쳐 대한항공의 잘못된 경영을 바로잡은 자본시장의 촛불혁명"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이날 주총 직후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부결됐지만, 경영권 박탈은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비록 사내이사 자격을 상실해 이사회에 참여할 수 없지만, 여전히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등을 통해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한항공 주식 지분은 조 회장과 한진칼(29.96%) 등 특수관계인이 33.35%를 보유하고 있다.

사내이사 자격 박탈에도 최대주주로서 권리는 행사할 수 있는 만큼, 경영 현안에 지분만큼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에다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사장이 사내이사로 대표이사인 만큼, 조 사장 뒤에서 '막후 경영'으로 실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대한항공은 주총 직후 조 회장의 사내이사직 박탈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은 내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조 회장의 거취와 관련한 다양한 방법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나 경영과 거리를 두거나, 비등기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경영 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이 보장하는 범위에서 일정한 경영 활동을 할 수 있겠지만, 이전처럼 적극적인 활동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조 회장이 여전히 한진그룹의 총수이고 그 영향력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대한항공 경영에 직접 경영권을 행사하려 한다면 이는 회사와 주주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며 "조 회장은 미등기 임원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고경영자 자질이 부족한 총수 일가가 경쟁 없이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될 경우 그룹을 위기로 내몰 수 있음이 확인됐다"며 "한진그룹은 향후 경영권 승계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검증된 후보군 중 적임자를 CEO로 선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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