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권선거와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전준구 목사가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서울남연회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감독자리에서 전 목사를 끌어내린 데는 성범죄 근절을 위한 교단 내 노력이 한 몫했다. 사태수습에 앞장선 기감 소속 단체들의 연합체인 '공동대책위원회'가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느낀 점을 공유하고 대응책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준구목사제명과감독당선무효를위한범감리회공동대책위원회가 22일 오후 1시 감리회관 본부교회에서 활동 보고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데일리굿뉴스

비전문 재판위원·피해자 보호 부재 
 
감리교 소속 단체들이 연합해 발족한 '전준구목사제명과감독당선무효를위한범감리회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22일 오후 1시 감리회관 본부교회에서 그간의 활동을 보고했다.
 
성폭행 의혹으로 감독 자격논란에 휩싸였던 전준구 감독이 사임의사를 밝힌건 지난 1월 경이다. 이 같이 감독직에서 물러나기까지 많은 갈등과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에는 감독 일동이 전준구 목사 '감독 이·취임식'을 보이콧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이 가운데 '공대위'는 전준구 목사의 제명과 감독 당선 무효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전 목사를 총회특별심사위원회에 고발하는 등 퇴진 운동을 전개했다. 황창진 목사(양성평등위원회 공동위원장)는 "감리교의 개혁 과제를 위한 연대라는 차원에서 좋은 선례를 마련했다"며 이들의 활동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사태를 통해 얻은 경험은 연대의 폭이었다. 교단 현안문제에 관해 이처럼 뜻을 모은 예가 드문 가운데서도 남성 목회자를 중심으로 하는 새물결과 바선협, 그리고 여교역자회 등이 적극 연대함으로써 개혁의 가능성을 보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준구 목사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한계점도 발견했다. 이들 단체는 "전준구 목사를 교단재판에 회부하기 위해 총특심·총심위에 제소했으나 이 과정에서 '교회법'을 잘 알지 못하는 한계를 경험했다. 결국 지속적인 법률적 자문을 받아야 했다"고 입을 모았다. 교회법으론 교회성폭력피해자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는 지적도 많았다.      
 
홍보연 원장(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은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인지하기도 쉽지 않은데다 성폭력 피해를 인지하고 드러냈을 때 공동체 구성원들에 의해 2차 피해를 입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특히 교회재판에서의 문제점도 드러난다. 전준구 목사의 재판과정에서 느낀 건 심사위원·재판위원들이 비전문적이거나 피해자 보호의 부재(不在)라는 점이었다. 이런 부분이 사안을 힘들게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성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좀 더 실질적인 대응이 요구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교회성폭력만을 전담하는 '특별위원회 구성'과 '성폭력특별법 제정' 등이 방안으로 제시됐다.
 
홍 원장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교회 내 성폭력과 관련한 사항을 모두 관할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신고 접수와 고소를 대행하고, 조정·조사·심의서부터 피해자들을 상담센터와 연계하는 일 등을 해야 한다. 또 교회 성범죄는 특수한 성격을 지녀 사회법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만큼, '성폭력 특별법'과 같은 교회법을 교단 별로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김애희 센터장도 "전준구 목사의 일은 그가 감독으로 선출되지 않았다면 영원히 잊혀졌을지도 모를 일"이라며 "전준구 목사 개인의 감독직 박탈에 멈춰서는 안 된다. 피해사례 사건 처리를 위한 제도를 구비하고 성폭력 피해 고발이 가능한 조건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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