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시대로 접어든 시점에서 노인운전자들이 늘어났다. 면허소지자 중 노인 비율은 2016년 8%에서 2017년 8.8%, 지난해 9.4%로 매년 증가했다. 문제는 늘어난 노인 운전자의 수만큼 이들로 인한 교통사고도 증가한다는 점이다.
 
 ▲지난 3월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에서 노인들이 운전면허 자진 반납신청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65세 이상 노인운전자들이 면허를 반납하면 교통비를 지원하는 행사를 시작했다.(사진출처=연합뉴스)

실제로 지난 2월 1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호텔 지상주차장 건물 앞에서 100수를 목전에 둔 유 모 씨(96)가 몰던 스포츠유틸리티(SUV) 승용차가 후진하다가 이 모 씨(30)를 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유 씨처럼 나이가 들면서 운전 능력이 다소 떨어진 고령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내는 경우가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는 것도 문제지만,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노인의 비율도 높아지는 추세여서 대안마련이 시급하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5,163만 명)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4.3%(738만 명)였다. 그런데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고령 인구는 44.5%나 됐다.

특히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 사망사고 비율도 2016년 17.7%에서 2017년 20.3%, 지난해 22.3%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유 씨의 사례처럼 고령 운전자가 야기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도 같은 기간 759명(17.7%)에서 843명(22.3%)으로 증가했다. 또 80세 이상 운전자가 운전 중 사망한 사례도 127명에서 156명으로 늘었다.

교통문화운동본부가 수도권의 고령운전자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보면 ‘운전 시 전방에 있는 도로안내 및 교통안전표지판에 있는 문자와 내용을 예전처럼 잘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30.3%가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전혀 볼 수 없다’(5.9%)와 ‘잘 볼 수 없다’(24.4%)는 응답까지 합하면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고령으로 인한 운전 불편을 호소했다.

경찰청은 고령 운전자의 운전 능력에 따라 조건부 운전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포함한 ‘중장기 고령자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올해 내에 마련키로 했다.

이와 함께 우선 운전자의 반응 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지는 야간이나, 고속도로 상의 고령 운전자의 운전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물론 이 방안은 인지기능 검사와 야간운전 테스트 등을 거쳐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에 한해 제한을 둘 방침이다.

경찰은 또 운전면허 갱신 과정에서 기준에 미달 고령 운전자에게 면허 자진반납을 유도하기로 했다. 면허증 반납 노인들에게는 교통비 지원 등의 인센티브 확대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고령 운전자 차량에 ‘실버마크’를 부착해 다른 운전자의 배려를 유도하고, 깜박이(방향지시등) 켜기 캠페인을 통해 배려·방어운전 문화 조성에도 나설 방침이다.

한편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이웃 일본의 경우 70세를 기준으로 연령별로 면허 유효기간에 차이를 두고 있다. 즉 70세 미만은 유효기간 만료 후 5년, 70세는 4년, 71세 이상은 3년, 75세 이상은 기억력, 판단력 인지기능검사를 의무화 했다. 이 검사에서 부적격이 판단될 경우에는 전문의에 의해 면허유지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또한 1998년부터 상품권 지급, 1년 승차권 혜택을 부여해 고령자의 면허 반납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등 면허 자진반납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70세 이상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노인전용 주차제도'도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는 고령자표시 마크를 차에 달면 관공서나 병원 등 자주 이용하는 시설 근처 도로에 주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곧 도로 상에서 고령운전자를 배려하는 측면에서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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