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옥고와 순교를 각오하고 '민족의 동반자'로서 만세를 외쳤던 믿음의 선진들을 기억하기 위한 자리가 한창이다. 주요교단들도 일제히 학술세미나와 연구조사 발표, 유적지 답사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3·1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3·1운동의 끼친 한국장로교의 공헌을 되새기는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예장 합동 총회가 21일 오전 10시 30분 승동교회에서 '3.1운동100주년 기념세미나'를 개최했다.ⓒ데일리굿뉴스

3·1운동의 끼친 장로교 공헌 조명
 

"3·1운동의 시작을 알리며 민족대표 33인의 서명이 담긴 독립선언서에는 이승훈·길선주·신석구 등 자랑스런 16명의 기독교인의 서명이 담겨있다. 그 중 7명이 장로교인이었다. 3·1운동과 한국장로교의 연관성은 서명자 분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3·1운동100주년기념사업위원회'를 중심으로 기념사업에 공을 들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총회장 이승희 목사)가 21일 승동교회에서 '3.1운동100주년 기념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서는 3·1독립만세운동과 한국장로교와의 연관성이 조명됐다.
 
3·1운동이 강하게 일어난 서울·평양·정주 중에서 적어도 평양과 정주는 장로교가 축이 돼 진행됐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평양대부흥운동 이후 부흥의 열기가 강하게 일어난 평안도와 황해도에서는 105인 사건을 비롯, 3·1운동에서도 한국장로교가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했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총신대학교 박용규 교수(역사신학)는 "평양시내 6개 장로교회에서 3,000여 명이 모여 평양지역 조선독립선언식을 거행했다"면서 "이들은 연합을 통해 예배하면서 거족적인 만세운동을 벌였다. 장로교가 3·1운동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한 단적인 예다. 평양장로회 신학교 출신 목회자들은 3·1운동 이후에도 물산장려운동을 비롯한 사회계몽운동을 선도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신앙선조들의 자취를 더듬으면서 3·1운동에 끼친 공헌을 직접 되새기기도 했다. 먼저 제35회 총회(1949년) 총회장을 역임한 '백은 최재화(白恩 崔載華)목사'의 공적을 기렸다.  
 
구미에서 태어난 최재화 목사는 일평생 독립운동과 목회·교육사업에 힘썼다.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대구와 그의 고향인 구미 해평에서 만세 시위를 주도했다. 당시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던 조선인 관리들에게 ‘공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한 사건은 아직도 유명한 일화다.
 
한국장로교사학회 김남식 회장은 "대구의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한 최재화 목사는 대구를 탈출해 고향인 구미 선산으로 가서 또다시 독립운동을 주도했다"며 "동지들을 규합해 만세운동을 벌였다. 만세운동에는 남녀노소 없이 모두가 거리로 나와 '대한독립만세'를 불렀다"고 전했다.
 
1920년 중국으로 망명한 그는 백범 김구 휘하에서 임정자금 모금책을 담당하기도 했다. 1926년 중국의 화북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가 된 후엔 한인교회를 설립해 동포들을 위해 헌신했다. 이후 대구제일교회에 부임해 현재의 대구 남성로에 제일교회를 건축했다. 목회뿐만 아니라 계명대학교를 설립하는 등 교육을 통한 후진양성에도 적극 나섰다. 지난달 합동 총회는 이 같은 그의 공적을 기려 최재화 목사의 유족에게 3·1운동 유공자패를 증정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당시 대구에는 기독교 대학이 없었다"면서 "최재화 목사는 계명기독대학의 설립에 참여하고 재단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암울한 시대적 배경 속에도 후진양성에 진력했다. 독립운동을 넘어 교회당 건축, 교육사업을 전개하는 등 폭넓은 사역을 감당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광주지역 3·1운동의 총책을 맡은 오방 최흥종 목사(1880~1966)의 삶이 조명됐다. 3·1운동으로 옥고를 치렀던 그는 광주 양림동 선교사촌에서 한센인들을 돌보면서 사회봉사 활동에 힘쓰는 등 사랑을 실천한 독립운동가로 기억된다. 김효시 박사(광신대 부총장)는 "민족의 시련기에 방황하면서 시장터의 깡패로 주먹을 자랑하던 최흥종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접하고 민족의 지도자로 우뚝 서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투쟁했다"며 "헐벗고 가난한 병든 이웃을 위해 헌신적으로 희생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사랑을 몸소 실천했다"고 전했다.
 
한편 예장 합동 총회는 현재 3·1운동 참여교회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올 9월 총회 전까지 작업을 마쳐 3·1운동 특집 '역사저널'을 발간한다는 계획이다. 총회 3·1운동100주년기념사업위원회 김종혁 위원장은 "3·1정신의 선양과 계승을 위해 그동안 여러가지 사업을 추진해왔다"면서 "다음세대에 3·1정신을 전수하는 일에 앞으로도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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