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앞에서 한인 대표가 임금을 체불하고 잠적하는 사건이 벌어진 현지 기업 에스카베(SKB) 근로자들이 집회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인도네시아 한인 기업이 임금체불 후 야반도주한 이른바 '에스카베(SKB) 한국인 사장 야반도주' 사태가 불거지면서 현지 당국이 악덕 한인 기업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발단은 인니 브카시 지역 봉제 업체인 SKB 대표 한국인 김 씨(68)가 현지 근로자들의 임금을 체불한 채 돌연 자취를 감추면서 시작됐다.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의 수는 무려 3,000여 명, 체불한 임금도 6억 원 남짓인 것으로 알려졌다.
 
SKB는 지난해 8월부터 임금을 체불하기 시작하다가 같은 해 12월 조업을 완전히 중단했다. SKB 근로자들은 김 씨가 수년에 걸쳐 900억 루피아(약 72억 원) 상당의 회삿돈을 횡령했고, 근로자들이 받을 돈을 들고 잠적했다고 주장했다. 또 SKB 노조에 따르면 김 씨는 10년 전에도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사건을 일으켰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한국 기업들이 현지에 있는 노동자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당국과 수사 형사사법 공조, 범죄인인도 등 대응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조하라"고 조국 민정수석 비서관에게 지시했다.
 
이번 사태 수습을 위해 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자 김 씨는 체불된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일주일 만에 5억 원을 마련해 곧 송금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금을 더 마련해 보겠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김 씨는 개인 사정으로 한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을 뿐 야반도주하거나 임금을 체불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도네시아 전역의 또 다른 악덕 한인 기업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를 처음 보도한 한국일보는 17일 현지 시민단체 스다네노동정보센터(LIPS)와 섬유연맹노조(SPN)의 조사 결과 지난 2년간 현지 법을 위반한 한인 기업 20곳에서 고통받은 근로자 수는 파악된 것만도 최소 2만 2,13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에 현지 교민사회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노동부는 무하마드 하니프 다키리 노동부 장관의 지시 아래 20여 개 한인 기업을 상대로 조만간 노동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조사 대상인 20여 개 한인 기업 중에는 최저임금을 주지 않거나 임금체불 등과는 무관한 곳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2000년대 후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공장을 이전하거나 파산하여 옛 직원들에게 원성을 산 것으로 밝혀졌다.
 
인도네시아 노동부에서는 이번 조사를 통해 일단 LIPS와 SPN의 주장에 대한 진위를 파악하는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현지 당국은 한인이 운영하는 현지 기업 전반을 위법이 횡행한 악덕 기업으로 몰아가는 노동계 일각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현지 상황에 일각에서는 신(新)남방 정책의 주요국인 인도네시아와의 관계에 불똥이 튀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이번 사건으로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 있는 우리 한국 기업들이 현지에 있는 노동자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면서 "또한 이런 사건들로 인해 해당국과의 신뢰 및 협력관계가 훼손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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