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파탄을 맞은 베네수엘라에 정국의 혼돈이 이어지고 있다. 정전 사태가 나흘을 넘기면서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베네수엘라 정국 불안은 대규모 민생 파탄으로 이어지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베네수엘라의 경제, 사회적 위기의 원인을 살펴봤다.
 
 ▲경제파탄을 맞은 베네수엘라에 정전 사태까지 발생하며, 정국 불안은 대규모 민생 파탄으로 이어지고 있다. 

베네수엘라 전체의 96% 암전
 
AFP통신과 BBC 등 외신은 베네수엘라에서 지난 7일 발생한 정전사태에 대해 이같이 전하며 수도 카라카스를 포함해 전국 23개주 중 무려 22개 주가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국가 마비 상태 수준인 것이다.
 
인터넷도 완전히 끊겨 시민들은 고립됐다. 유럽에 본부를 둔 인터넷 감시단체 네트블럭스는 "이번 정전으로 인해 베네수엘라 전국의 전기 통신망이 거의 붕괴됐다"고 밝혔다.
 
은행 업무와 결제 기능도 마비 상태다. 카라카스 시내에 있는 모든 신호등이 꺼졌고 지하철도 중단돼 수천 명의 인파가 거리로 몰려나왔다. 판매업에 종사하는 루사르는 "직장에서 집까지 2시간 걸린다"며 어두워지면 강도 등을 만날 수 있으니 해가 떠 있을 때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한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번 정전으로 제때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가 숨지면서 혼란이 더욱 가중됐다. CNN은 정전으로 160명의 신장 투석 환자가 목숨을 내놓을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정전발생으로 인해 투석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 15명이 숨졌으며, 인공호흡기가 작동하지 않아 25세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정전사태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을 선언한 과이도 국회의장은 전력 시설에 대한 마두로 정권의 만성적인 투자 부족을 원인으로 지적하는 등 양쪽이 맞서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전 도시를 암흑으로 만든 이번 정전사태는 안 그래도 심각한 베네수엘라의 식량난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먹을 것을  구할 수 없고, 거리에서 음식을 찾을 수 없어 쓰레기통까지 뒤지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식료품 배달이 안 되고 대부분 상점들은 문을 닫기까지 했다. 
 
170만% 물가 폭등, 생존 위해 밀수·절도·성매매까지
 
이른바 '석유 부국'이라고 불리는 베네수엘라가 맞은 경제난은 '경제파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유가 하락과 석유 생산량 감소 등으로 수년째 경제가 곤두박질치면서 국민 절반 이상이 음식과 물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는 등 빈곤 상태에 처해있다.
 
갈수록 가난이 극심해진 탓에 콜롬비아, 브라질과의 접경지역에는 연일 베네수엘라를 떠나려는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관련 기관들은 올 연말까지 도저히 살수 없다며 고국을 떠난 베네수엘라인이 총 54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전쟁이나 기근을 겪은 것도 아닌데 몰락의 끝이 보이지 않는 원인은 급감하는 석유 생산량이 지목된다. 원유가 전체 수출의 98%를 차지하는 베네수엘라에서 1999년 300만 배럴에 이르던 석유의 생산량이 몇 년간 급격한 속도로 떨어지더니 지난해 70년 만 최저치인 130만 배럴까지 추락했다.
 
산업에 대한 부족한 투자와 허술한 관리가 초기 원인이었지만, 최근에는 미국의 경제제재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1월 최대 고객인 미국에 원유를 수출하지 못하는 제재가 추가돼 미국 기업이 중유 희석을 위해 필요한 석유 증류물을 베네수엘라에 판매하는 것이 금지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물가상승도 문제다. 베네수엘라 국회가 지난 1월 발표한 2018년 인플레이션율은 170만%에 달한다. 한국 가격으로 따지면 1,000원 하던 사과가 1 년 만에 무려 1,700만 원으로 오른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인플레이션율을 무려 1,000만%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카라카스에서 300g 사과 1개가 243볼리바르 소베라노(Bs.S)정도인데 내년에는 2,430만 Bs.S로 오르는 것이다.
 
최악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일반 베네수엘렌들이 살아가는 방법은 △아예 삶을 포기하고 정부 구호품에 100% 의존 △밀수나 절도 범죄의 길로 빠지는 것 △미국과 인근 국가로 나간 가족들이 보내주는 돈에 의존 △여성의 경우 중남미, 유럽, 아시아로 가서 몸을 파는 등이다. 
 
이런 가운데 베네수엘라는 한 국가 두 대통령이라는 카오스 상태다. 베네수엘렌들은 임시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과 마두로 대통령 지지자로 갈린다. 저소득층은 석유 기업 국유화를 단행하고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강화한 중남미 좌파 차베스 전 대통령을 계승한 마두로 대통령을 여전히 지지한다. 반면 포퓰리즘 정책, 부정부패로 얼룩진 사회주의 정부로부터 등을 돌리는 베네수엘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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