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미세먼지로 인해 국민들 사이에서는 우려 수준을 넘어선 공포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세먼지속 각종 오염물질은 사람 몸 속 곳곳으로 투입돼 호흡기질환, 암 등 여러 질병을 일으킨다. 그런데 미세먼지 피해가 인체 뿐 아니라 농작물과 토양, 가축, 물고기 등 환경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때문에 동물들도 호흡기·안구질환 등 각종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최악의 미세먼지, 수질·토양오염으로 이어져

공기 중 미세먼지가 많으면 안개가 잦아지고 일조량이 줄어든다. 이는 시설작물 등 농작물 생육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비닐하우스의 빛 차광률을 60%대로 떨어뜨리는데, 이런 현상이 20일 이상 지속될 경우 토마토·오이 등 과채류의 경우 수확이 10% 감소한다. 또 상추·쑥갓 등 엽채류도 잎이 웃자라고 얇아져 수량 감소는 물론 상품가치도 떨어진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농작물이 미세먼지에 포함된 중금속에 오염된다는 것이다. 경상대학교 원예생산공학실험실이 지난해 9월 미세먼지가 많은 공단과 고속도로 주변 농촌에서 상추·시금치 등 3개 작물을 재배해 중금속 함량을 조사한 결과, 시금치의 경우 알루미늄 함량이 일반지의 재배 채소보다 무려 1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 또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 날은 평소보다 공기 중 중금속 농도가 평균보다 2~3배나 높았다고 밝혔다.

미세먼지의 기승으로 축산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미세먼지에 노출된 소나 돼지 등 가축들이 호흡기나 안구 질환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환기 문제 등으로 축사 대부분이 개방돼 있기 때문에 가축들은 미세먼지를 고스란히 뒤집어 쓰게 된다. 수의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 아픈 소를 살펴보면 기도에 먼지가 가득 차 있는 경우가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공기 중 미세먼지는 산성비로도 이어질 수 있다. 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올라간 상황에서 적은 양의 비가 올 경우, 미세먼지 내 각종 오염물질이 빗방울에 녹아들어 강한 산성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로 인한 수질과 토양의 산성화, 산림의 황폐화 등도 우려된다.

지금은 청정국가 이미지인 스웨덴도 과거 미세먼지로 가장 오랫동안 피해를 입은 나라였다.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인해 187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무려 1세기 동안 ‘영국발(發) 미세먼지’로 심한 고통을 겪은 것. 스웨덴의 경우 100년 동안 자국 내 8만 5,000개의 호수 중 1만 8,000곳에서 대부분의 어류가 멸종됐으며 수많은 숲이 파괴됐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OECD의 주도로 유럽 국가들은 공동 모니터링 연구를 시작했다. 이로 인해 1979년 제정된 국제협약이 ‘월경성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 물질에 관한 협약(CLRTAP)’이다. 현재 유럽 전역 국가들과 미국 등 51개국이 가입, 상호감시에 나서고 있다.

미세먼지의 공포에서 한반도도 더는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미세먼지를 통제하는 과학적 기술과 다방면에 걸친 연구들이 학계에서 조속히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에 포함시키는 것에만 그치지 말고, 항구적이고 근원적인 미세먼지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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