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시간을 단축하려는 한국과 일본 편의점이 속출하고 있다. 편의점의 상징인 '24시간 영업' 관행도 양국 모두에서 사라질 조짐마저 보인다. 얼핏 보면 현상은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속사정이 있다. 일손 부족이 심각한 일본에서는 '구직난' 때문에, 한국에선 '경영난'으로 인해 심야영업에서 손을 떼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일 경제가 처한 대조적인 상황을 편의점 업계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이다.     
 
 ▲영업시간을 단축하려는 한국과 일본 편의점이 속출하는 가운데 편의점의 상징인 '24시간 영업' 관행도 양국 모두에서 사라질 조짐을 보인다.(사진제공=연합뉴스)

일손부족에 심야영업 접는 日 
 
'세븐일레븐이 진짜 세븐일레븐이 되는 건가.' 일본 최대 규모 편의점 업체인 '세븐일레븐'이 24시간 영업 체계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이름 그대로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만 영업했을 시 수익에 문제가 없는지 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당장 이달 중순부터 전국 10개 직영점에서 영업시간을 16시간으로 줄여보고 매출 등의 영향을 살펴보기로 했다. 도호쿠부터 규슈 지역까지 차례로 오전 7시~오후 11시로 시범 운영해 매출과 수익변화, 방문객 반응 등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2만여 개가 넘는 세븐일레븐 점포 중 96%가 24시간 영업 중이다. 1974년 도쿄에 편의점 1호가 들어선 뒤 이듬해부터 심야영업을 줄곧 고수해왔다. 그런 세븐일레븐이 영업단축 실험에 나선 건, 저출산·고령화의 심화로 일본 사회 전체가 겪고 있는 극심한 구인난에 편의점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점주들 사이에서 인력난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영향도 컸다. 최근에는 오사카부 히가시오사카의 한 세븐일레븐 가맹점주가 일손 부족에 시달리던 끝에 본사 규정을 어기고 새벽 1~6시에 영업하지 않겠다고 공지해 큰 이슈가 된 바 있다. 새벽에 일할 직원을 구하지 못한 점주가 궁여지책으로 심야 시간 운영을 포기하고 나선 셈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구직자 100명당 일자리는 161개다. 일자리에 비해 일할 사람이 모자라다 보니 밤샘 근무할 사람을 찾는 건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이 같은 인력난은 편의점에서 보다 심하게 나타난다. 도쿄·오사카·나고야 등 3대 도시권에서 편의점 평균 시급은 지난해 말 975엔(약 9,892원)으로 최근 5년간 11%가량 상승했다. 심야근무의 경우 1,200엔(약 1만 2,000원)대로 시급이 높지만 다른 고수익 일자리가 많은 까닭에 외국인 근로자마저 기피하는 분위기다.
 
최저임금 직격탄 맞은 韓
 
한국에서도 이미 24시간 영업을 포기하는 편의점이 늘고 있다. 국내에서 매장 수가 가장 많은 편의점인 CU의 경우 작년 말 기준 전체 1만 3,000여 개 매장 가운데 19%가 심야 시간대에 영업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10%를 상회했던 비율이 최근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다른 편의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3년 전에는 10% 미만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 GS25는 13.6%, 세븐일레븐은 17.6%까지 올라갔다.
 
이 같이 24시간 편의점 숫자가 감소한 데는 일본과 정반대의 원인에서 기인한다. 일본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지만, 한국은 일할 사람은 있는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감당이 어려워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최저임금은 2017년 시간당 6,470원에서 올해 8,350원으로 30%가량이나 올랐다. 게다가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자가 운영하는 편의점은 밤 10시~오전 6시 최저임금의 1.5배를 줘야 한다. 문제는 이에 맞춰 직원에게 급여를 주면 밤새워 영업하는 게 오히려 적자라는 게 점주들의 주장이다.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밤늦게까지 영업하면 수익을 맞출 수 없어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한다.
 
손님이 적은 명절 연휴나 겨울철에는 특히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편의점주의 90% 가까이는 연휴 때 영업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하길 원했고, 60%는 심야영업을 아예 중단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고령화·최저임금 인상 등의 파고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여러 가지 부분들에 변화를 몰고 있다. 편의점 업계의 밤샘영업 중단 현상은 사회적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는 만큼,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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