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사이비 집단 신천지의 폐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이들을 상대로 국내 첫 소송이 제기돼 관심을 모았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가 진행하는 '청춘반환소송'이 그것.
 
이에 본지는 한국사회와 교회가 이단의 실태를 바로 알고 대처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 아래, 신천지를 상대로 한 청춘반환소송에 대해 집중 보도한다. 구체적으로, ▲이번 소송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통일교 승소 사례를 시작으로 ▲소송의 구체적인 근거가 되는 신천지 포교의 문제점, ▲신천지 피해자 및 탈퇴자들의 현황과 소송의 향후 전망을 차례로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신천지 탈퇴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들이 신천지로 인해 입은 피해는 막대하다. 각종 헌금과 강도 높은 봉사, 헌신을 요구할 뿐 아니라 신천지에 나가는 것을 가족들이 반대할 경우 가출을 하거나 이혼을 할 것을 종용한다. 이 같은 피해자들의 주장으로 신천지에 법적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더 나아가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국내에서 최초로 신천지 이만희 교주를 상대로 손해배상과 형사고발이 제기된 가운데, 구체적으로 신천지의 어떠한 교리 및 활동이 관련 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는지 전문가를 통해 알아봤다.
 
 ▲신천지 만국회의 행사장 앞에서 신천지 신도들이 각국 국기를 들며 행사를 열고 있다.ⓒ데일리굿뉴스

수만 명 달하는 신천지 탈퇴자 "피해 막심"
 
#신천지 탈퇴자 A씨(여, 29)는 20대 전부를 신천지 활동에 쏟았다. 9년 동안 사회를 전부 '마귀의 것'이라고 배우다가 신천지를 나오고 보니 자신이 사회부적응자가 됐다고 느꼈다. '이제 뭐하고 싶냐'는 질문에도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게 됐다. A가 신천지에서 수없이 들었던 말은 '네 생각은 교만하다. 죽여야 한다'였다.
 
#또 다른 탈퇴자 B씨(남, 27)는 신천지 활동 3년 동안 하루 20시간을 일했다. 잠을 4시간도 채 못 자면서 한 일은 신천지 전도 교육과 자료 준비였다. 노동에 대한 대가는 일체 없었다. 한 명에게라도 더 전도하기 위해 먹는 것, 입는 것, 교통비를 최대한도로 줄였지만 여전히 부족해 새벽 6시에 나가 노역을 뛰어야 했다.
 
지난달 경기도 구리시에서 만난 신천지 탈퇴자들이 털어놓은 이야기다. 탈퇴자들은 이단사이비 집단 신천지로 인해 입은 심적, 물적 피해가 막심하다고 입을 모았다. 초대교회 신현욱 목사는 "신천지에 속은 피해자들은 1년, 5년, 10년의 시간을 모조리 빼앗긴다"며 "이 같은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신천지 피해자들은 하루 15시간 이상을 신천지 포교활동과 헌금, 강도 높은 노동을 하며 청춘을 소비했다고 성토한다. 피해자 수는 전국 수만 명에 달한다. 이 같은 피해를 법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옆 나라 일본에서는 2000년대에 들어서 성인을 상대로 한 종교사기의 피해를 인정하는 유의미한 판례가 나왔다. 일본 재판부가 통일교 전도 방법의 위법성을 인정함에 따라, 통일교는 탈퇴자들에게 수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게 됐다.(기사 하단 '관련기사' 참조)
 
 ▲길거리 설문조사, 대학교 동아리 등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접근하는 신천지의 모략전도.ⓒ데일리굿뉴스

신천지 위장전도, 그 자체 '불법행위'

전문가들은 일본 판례에 비추어봤을 때 신천지의 경우 정통교회인 양 정체를 속이고 접근해 포교를 하는 '모략전도'의 불법성이 크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C 변호사는 "일본 판례의 요지는 내가 믿는 종교가 무엇이고 이 종교를 믿게 될 경우 앞으로 어떤 헌신이 요구되는지를 사전에 설명하지 않았다면, 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것"이라며 "하물며 신천지는 고지는커녕 피해자가 신천지라는 사실도 모르는 상태에서 교리 교육이 다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밝히는 형태로 포교하기 때문에 기망행위의 위법성이 충분하다고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초대교회 신현욱 목사 역시 신천지의 포교 자체가 종교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제한 혹은 박탈하는 행태라고 역설했다. 신 목사는 "종교를 선택한다는 것은 A, B, C라는 종교에 대해 각각 투명하게 알고 있는 상태에서 선택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C 종교가 마치 B 종교인 양 위장해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이미 기망행위"라며 "신천지가 정체를 감추고 속여서 마치 정통교회인양 위장해서 전도하는 것, 거기서부터 불법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복수의 신천지 탈퇴자들이 증언하는 바에 따르면 신천지는 신도들 스스로가 판단하고 '자발적으로' 선택해서 믿게 되었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이로 인해 어떤 결과가 초래되든지 그건 본인의 책임이라는 논리다.
 
신천지 활동 당시 직분을 가진 사명자로 활동했던 탈퇴자 A씨도 사상 교육을 할 때 그런 내용을 숱하게 가르쳤다고 털어놨다. A씨는 "부모, 친구들한테 소위 핍박을 받는 신천지 친구들한테 '이건 네가 신천지를 따라가겠다고 한 것이고 네가 선택한 거니까 네가 책임을 져야지, 부모님이 관여나 간섭을 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었다"고 밝혔다.
 
 ▲신현욱 목사는 신천지 포교가 종교의 자유를 제한 혹은 박탈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데일리굿뉴스
 
세뇌 책임, 피해자 아닌 '신천지'에 있어

취재진이 만난 신천지 탈퇴자들도 신천지의 속임수에 넘어간 것을 '내 탓'이라고 자책하고 있었다.

탈퇴자 B씨는 "신천지에 들어갔어도 만일 내가 깨어있었다면 교리가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자신의 부주의를 탓했고, 탈퇴자 D씨 또한 "내 생각엔 신천지가 맞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했던 것이지, 신천지에 억지로 있었던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신천지가 속였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제 발로 간' 자신에게도 일면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팀을 짜서 상황극을 벌이는 등 신천지의 치밀한 포교전략을 생각했을 때 책임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것은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법적으로도 피해자가 기망을 당한 이후 발생한 모든 관련 재물 및 재산상 이익 피해는 가해자의 기망행위와 인과관계가 성립한다.
 
C 변호사는 "설령 피해자가 신천지에서 하는 모든 활동에 대해 임금을 받지 않기로 하는 등의 약정을 했다손 치더라도, 이는 기망으로 인해 철저하게 세뇌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자발성을 박탈당한 것"이라며 "신천지 측은 헌금 역시 신도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것도 기망행위로 인한 피해"라고 말했다.
 
신현욱 목사 역시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며 책임은 피해자들이 아닌 신천지에 있다고 잘라 말했다.
 
"비유를 하자면 누군가 사탕을 팔고 있는데 그 안에 마약 성분이 가미가 돼 있었던 것과 비슷해요. 사탕이라고 해서 먹었고 마약 성분이 사탕의 맛에 가려져서 금방 표가 안 났는데, 한두 개 먹다 보니 마약중독이 되어버린 거에요. 중독되고 나서 그 누군가가 '사실은 그거 마약이었어'라고 알려주더라도 중독된 상태에서는 계속 그 사탕, 아니 마약을 찾을 수 밖에 없게 되죠.

이 때 '그래도 네가 먹었잖아. 네가 선택했잖아'라고 얘기하는 것과 신천지 피해자들에게 '네 발로 걸어갔잖아. 네가 선택하고 결정했잖아'라고 책임을 묻는 건 한 치도 다르지 않습니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는 신천지 이만희 교주와 김남희 씨를 상대로 국내 최초 형사고발과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민사소송, 보다 폭넓게 인정…"승소 확률 보인다"   

민사상 청춘반환소송은 전피연 홍연호 대표와 신천지 탈퇴자 3명이 공동 고소인으로 제기했다. 아울러 사기 및 횡령 혐의에 대한 형사고발도 함께 진행했다.

사기죄 등이 인정되면 그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법률적으로 형사책임보다 민사책임이 보다 폭넓게 인정되기 때문에, 청춘반환소송에서 피해를 인정받을 확률이 보다 높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E 변호사는 "형사사건에서 종교사기는 사실 쉽지 않은 부분"이라며 "다만 신천지의 경우 형사상 위법행위는 혹시 안 된다 할지라도 민사상 불법행위는 충분히 구성할 수 있다는 법률적 소견을 밝힌다"고 말했다.
 
전피연 관계자들은 지난달 22일 경기도 과천경찰서에 출석해 신천지를 상대로 낸 형사고발에 대한 첫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경찰에 제출한 고발장에서 전피연은 이만희 교주와 김남희 전 국제여성평화그룹 회장을 횡령 및 배임,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이 소유한 토지와 건물 등 재산은 시가 약 100억 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청춘반환소송을 다루는 첫 민사재판은 내달 2일 충청남도 서산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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