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시선을 베트남 하노이로 쏠리게 했던 2차 북미정상회담은 결국 회담합의문 서명에 실패하면서 결렬됐다. 다소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결렬이라는 마침표를 찍은 이번 회담으로, 모처럼 조성된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와 북미간의 우호적인 분위기가 깨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튿날인 2월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회담결렬을 예상한 듯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이번 회담결렬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에 ‘영변 핵시설 폐기 및 플러스알파(+α)’ 문제와 제재 해제 문제를 둘러싼 이견 차가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이유로 “제재가 쟁점”이었음을 언급했다. 북한에서는 제재 해제를 요구했지만 그 요구를 수용할 수 없었고 결국 합의문에 서명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계속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할 생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 및 북한과 계속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 이를 잘 보여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회견에서 북한과의 핵 담판이 결렬됐지만, 앞으로 몇 주 이내에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한 역시 미국과의 대화의 끈을 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회담 결렬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면적인 제재해제가 아닌 일부 해제, 즉 ‘민수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발표에 대한 반박이기는 했으나 기존처럼 미국을 자극하는 발언은 없었다. 북한 현지 보도에서도 2차 정상회담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은 없었다.

사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 이번 정상회담 결렬로 판을 깨기에는 정치적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향후 어떤 식으로든 후속 회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조치와 대북제재 해제 문제로 양국 정상이 현저한 견해차를 보였다는 점에서 교착상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때문에 현재로선 북미가 당장 대화를 재개하기보다는 각자의 입장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노딜을 계기로 비핵화의 길이 더욱 탄탄해지고 김정은도 국제사회의 요구가 얼마나 높은지 깨달았다면 그것도 작은 성과”라는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의 회담 평가도 주목할 만하다. 또한 현재 처해진 상황이 북한이 더 시급한 만큼 양자는 시간을 벌면서 계속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되더라도 상당한 진통을 겪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김정은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북미정상이 다시 만나도 만남의 이벤트만 되풀이될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북핵 폐기 대북 협상은 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한 토대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운전자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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