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기독교가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대사회적 영향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마찬가지로 올해 100세를 맞은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크리스천 노(老)철학자인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는 “한국교회가 교권이 아닌 인권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고 전했다.
 
 ▲'3·1정신의 현재적 의미와 우리의 과제'라는 주제로 김형석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데일리굿뉴스
 
기독교가 이끈 3·1운동, '민족의식' 심었다
 
“3·1운동은 기독교를 중심으로 종교계가 기폭제를 이룬 상징적인 사건이었지만, 지금은 종교가 사회를 이끌어가기 힘든 시대가 됐습니다. 교회가 더 이상 진리가 아닌 교리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죠.”
 
올해 100세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25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통일한국세움재단과 국민일보가 주최한 ‘3·1운동과 통일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분단과 근현대사를 직접 겪은 산증인, 김형석 교수의 말에 참석자들은 귀를 기울였다.

김 교수는 “과거 교회는 교리보다 국가를 위한 진리와 인생관을 제시했는데, 100년이 지난 지금은 교회가 오직 교권만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한국교회의 과제는 이 같은 교권을 내려놓고 인권을 위해 새로워지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는 최근 기독교가 마치 반인권적 집단으로 비춰지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예수님의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은 오히려 인권에 관한 것이지 교권을 추구하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국교회는 진리를 가르쳐주신 예수님의 말씀과 정신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통일포럼에서는 3·1운동이 가진 역사적 의미와 함께 이제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100년을 향한 방향도 제시됐다.
 
김 교수는 “3·1운동의 역사적 의미는 나, 가정, 직장에 국한됐던 생활단위가 국가공동체로 확장되는 계기라는 것에 있다”며 “3·1운동을 겪으면서 국민들에게는 비로소 민족 의식, 국가 의식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해방 후 6·25 전쟁을 겪으며 남북이 분단된 뒤 우리 사회는 여러 정치적 상황을 거치면서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적 인식이 팽배하게 자리잡았다. 김 교수는 “아직도 우리 안에는 ‘북한은 적’이라는 인식이 남아있다”며 “보수냐, 진보냐라는 페쇄된 이데올로기를 가지는  것은 이념을 떠나 함께 살아가는 다원사회로 향하는 세계적 흐름을 거꾸로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 이념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면 안되고, 정치는 어디까지나 국민들이 잘 살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제 새로운 100년을 앞두고 김형석 교수는 우리나라가 ‘문화 강대국’으로 도약하는 길을 꿈꿀 것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한국이 정치 혹은 군사적으로 강대국이 되거나, 사회과학 혹은 경제 등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이루기는 현 여건상 쉽지 않다”며 “100년 후를 내다봤을 때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으뜸을 차지할 수 있는 가능성은 바로 문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100년 전 수많은 국민들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지킨 우리나라의 향후 운명을 생각해야 하는 출발선에 섰다”며 “선조들의 3·1운동 정신을 본받아 한글 문화권을 창조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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