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은 한국 역사에서 각계각층의 민중들이 함께 일으킨 최대 규모의 항일민족운동이었다. 이 항일 시위가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산된 데는 기독교학교의 역할이 컸다. 지역마다 세워진 학교들이 주도적으로 운동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100년 전 그 당시 기독학교와 학생들이 보여준 애국애족의 정신이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역사적 자취를 더듬으면서 3·1운동에 끼친 기독학교의 공헌을 되새겨 봤다.   
 
 ▲1919년 당시 전국적으로 교회와 연계된 기독교학교는 823개였는데, 3.1운동이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데는 지역마다 세워진 기독교학교들이 주도적으로 운동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3·1운동 확산 '중추적 역할'

1919년 3월 1일 독립선언식의 소식을 들은 수만 명의 민중들이 탑골공원에 모여들었다. 민족 대표를 기다리던 중, 한 학생이 단상 위에 우뚝 섰다. 그리고는 한 조각의 접은 종이를 꺼내 들어 감격에 넘치는 어조로 1줄 1줄 읽어내려 갔다. '독립선언서'를 외친 이 장본인은 바로 경신중학교 출신 정재용이다. 

그 당시 군중 속에서 '민족의 자유'를 외친 기독학생은 이 한 명만이 아니었다. 기독교학교인 경신학당, 배재학당, 이화학당 등 수많은 학생들이 '만세운동'에 적극 가담했다. 기독교학교 학생들은 독립선언서와 태극기를 만들어 나누었고 만세시위에 앞장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고귀한 헌신을 마다하지 않았다. 

3·1운동 준비단계에서 서울 연희전문학교의 김원벽, 세브란스의학교의 김문진 등 기독학생 대표들은 기독교청년회 회우부를 통해 일반 학교 대표들과 연대해 독립운동을 준비했다. 이후에는 천도교와 기독교연합 독립운동에 합류함으로 3·1운동의 '세대통합'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 3·1운동의 주역으로서 파리강화회의에 참여했던 김규식 선생도 경신학교 졸업생이다. 정신여학교 졸업생 김마리아는 3·1운동의 기폭제라 할 수 있는 1919년 2·8독립선언서 낭독에 동참, 이 선언서를 국내로 전달하는 역할을 해 3·1운동을 점화시키는 불씨가 됐다.

그런가 하면 전국 823개의 기독교학교들은 3·1운동의 진원지이자 항일운동의 근거지였다. 선교초기 선교회가 설립한 기독학교와 토착교회 교인들이 세운 지방 교회 부속학교들은 기독교 복음과 근대교육을 확산시키는 한편 민족운동의 거점이 됐다.

1919년 7월 8일자 매일신보는 "소요 이래로 출석생도가 줄어진 각 사립학교는 전과 같이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하여 마음을 썩이는 모양인데 더욱이 심함은 '종교학교(宗敎學校)'이니 이번 소요의 화원(禍源)이 이 네 학교에서 많이 났음으로 사회의 지목을 받음"이라고 적시했다. 이는 당시 경신학교와 정신여학교 등 기독학교들이 3·1운동의 진원지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덕주 교수(前 감리회신학대학교 역사신학)는 "교회와 기독교학교가 설립된 지역에서는 만세시위가 일어나 전국적인 독립운동이 가능했다"며 "1910년 강제합병 이후 국내의 민족운동 단체들이 총독부의 강압적 통제로 대부분 소멸됐을 때도 교회와 기독교학교들은 남아서 독립운동 정보와 자료를 유통해 '전국 연락망'을 형성했다"고 말했다.

3·1정신 계승 위한 과제, '신앙교육' 강화 관건

이렇듯 기독학교들은 '민족운동'에 적극 가담함으로 역사적 운동에 구심점 역할을 수행했다. 이런 애국애족 정신은 오늘날 기독교학교에도 큰 영향을 끼쳐 각성과 반성을 이끌어내고 있다.

21일 서울 영락교회에서 열린 '전국 기독교학교대회'에서도 '3·1정신을 계승해 새롭게 거듭나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 대회는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전국 기독학교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이 한데 모인 자리였다.

임희국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교회사)는 "3·1운동은 기독교학교가 일본 제국의 식민지배에 저항한 순교에 이르는 항일운동이었다"며 "일제 탄압의 압력이 가중될수록, 기독학교의 항일의식은 더 높아졌다. 이런 정신이 오늘날에도 요구된다"고 밝혔다.

3·1정신을 계승해 미래 100년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과제도 논의됐다.

박상진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학교 정상화추진위원회 운영위원장)는 "100년 전 기독학교들이 기독교 신앙교육을 통해 민족의 일꾼들을 키워낸 것처럼 살아있는 기독교 건학이념을 회복하며 신앙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자율성을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러면서도 "민족과 국가에 공헌할 수 있도록 공공성을 함양하는 학교가 돼야 한다. 3·1운동 100주년을 분기점으로 삼아 새롭게 변혁을 추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1일 오전 10시 30분 영락교회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 '전국기독교학교대회'가 개최됐다.ⓒ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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