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신성 모독’과 관련해 무죄판결을 받은 뒤 이슬람 강경론자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아 온 파키스탄 기독교 여성에 대한 재심 청원이 기각돼 기존 무죄 판결이 유지됐다. 이번 판결로 무죄가 최종 확정됨에 따라 아시아 비비는 원하던 망명 절차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

 
 ▲아시아 비비와 그의 딸

급진 이슬람주의자들 상고 기각
 
파키스탄 대법원이 지난달 29일 신성모독죄로 사형을 선고 받고 8년 간 수감 생활하다가 풀려난 기독교 여성 ‘아시아 비비’에 대한 하급법원의 석방 판결을 재검토해달라는 급진 이슬람 단체들의 상고를 기각, 무죄판결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날 결정은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무죄판결을 내린 뒤 이슬람 강경론자의 이의 제기 청원마저 기각한 것이다.
 
파키스탄의 급진 이슬람 단체들은 비비에 대한 석방 판결이 나온 직후, 판결에 항의하며 판결을 내린 판사를 살해할 것이라 위협하는 한편 그녀의 석방을 도운 임란 칸 정부의 퇴진을 촉구하는 전국적 항의 시위를 주도한 바 있다.
 
시위가 격렬해지자 파키스탄 정부는 비비의 출국을 금지하고 이슬람 강경론자들이 대법원에 재심을 청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로부터 최근 판결이 나오기까지 이슬람 강경주의자들의 기독마을 공격이 자행되는 등 기독교 탄압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비비는 곧바로 망명절차에 착수 할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이탈리아, 네덜란드를 비롯해 몇 개 국에서 그에게 망명을 제안했으나 출국금지로 거취를 정하지 못한 채 파키스탄 모처에 숨어 지냈던 그였다. 
 
비비의 변호인은 "대법원이 급진 이슬람 단체의 상고를 기각할 것으로 기대했었다"며 "그간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비비를 살해하겠다는 위협이 많았다. 비비는 파키스탄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독교인으로 다섯 아이를 둔 비비는 이웃주민과 언쟁하던 중 이슬람 무함마드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2010년 사형선고를 받고 8년간 독방에 수감돼 있다가 지난해 풀려났었다. 최고 사형에 처해지기까지 하는 '신성모독죄'는 파키스탄에서 소수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 대한 박해 수단으로 쓰여 논란을 빚고 있다.
 
한국순교자의소리는 "파키스탄 동역 기관들의 정보에 따르면, 현재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 혐의를 받고 있는 기독교인은 218명이지만 실제 기소된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집계된다"며 "기독교인이 기소되면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 전체가 자경단원의 폭력에 노출된다. 아시아 비비 사건을 기점으로 파키스탄 정부는 이런 신성모독 사건은 물론이고 신성모독법 자체도 재검토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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