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사이비 집단 신천지의 폐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이들을 상대로 국내 첫 소송이 제기돼 관심을 모았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가 진행하는 '청춘반환소송'이 그것.
 
이에 본지는 한국사회와 교회가 이단의 실태를 바로 알고 대처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 아래, 신천지를 상대로 한 청춘반환소송에 대해 집중 보도한다. 구체적으로, ▲이번 소송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통일교 승소 사례를 시작으로 ▲소송의 구체적인 근거가 되는 신천지 포교의 문제점, ▲신천지 피해자 및 탈퇴자들의 현황과 소송의 향후 전망을 차례로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이단에 대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은 2000년대 초 일본에서 시작됐다. 통일교 탈퇴자들이 통일교로 인한 심적, 물적 피해보상 운동을 펼친 것이 변호사들의 연대 변호를 이끌어내면서 승소로 이어지게 된 것. 본지가 취재해 본 결과, 일본의 사례에서 주목할 만한 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난 12월 27일 신천지 탈퇴자 및 피해가족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종교 사기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청춘반환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데일리굿뉴스

'日 청춘반환소송' 모티브…신천지 대상 첫 소송 제기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총회장 이만희, 이하 신천지) 탈퇴자들이 이만희 총회장과 신천지 유관단체 세계여성평화그룹 전 대표 김남희 씨를 상대로 국내 최초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지금까지 신천지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개별 소송이든 집단 소송이든. 물질적, 정신적 피해가 가히 심각함에도 피해자들이 개인적으로 소송을 진행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전국적으로 많은 신천지 탈퇴자가 있었는데 소송을 건 사례가 있었냐는 질문에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이하 전피연) 홍연호 대표는 이 같이 대답했다.
 
지난 12월 27일 신천지 피해자 및 그 가족들이 소속된 전피연은 기자회견을 열고 신천지 이만희 교주를 상대로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형사소송은 이만희·김남희 씨가 수백억 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한 의혹에 대해 횡령·배임·부동산실명법위반 등에 근거해 문제를 삼았다.

형사소송엔 홍연호 대표 외에 신천지 탈퇴자 3명이 공동 고소인으로 참여했다. 10여 년 간 신천지 신도로 활동하다가 섭외부 총무를 지낸 김종철 씨도 그 중 한 명이다. 김종철 씨는 "자기자리 헌금, 만국회의 등 행사 헌금, 동서서행 해외선교 헌금 등 가짓수만 10여 개가 훌쩍 넘는다"며 "지파장들만 하더라도 각종 비리가 많은데 교주 이만희는 오죽하겠나"고 꼬집었다.
 
한편 정신적·물질적 피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은 특별히 '청춘반환소송'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는 '종교 사기로 잃어버린 청춘을 돌려달라'는 의미로, 일본 통일교 피해자들이 통일교의 사기 포교에 대해 수년 간 소송을 제기한 끝에 피해를 인정받은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홍연호 대표는 "신천지 피해 사례와 비슷한 경우가 분명 해외에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수소문을 했다"며 "프랑스와 일본에서 비슷한 사례를 발견했는데, 일본의 경우 통일교 탈퇴자들의 피해 소송에 대한 성공적인 판례가 다수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공동 고소인으로 참여한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홍연호 대표(좌측)와 탈퇴자 김종철 씨(우측)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데일리굿뉴스

"전도 행위, 목적·방법·결과가 사회적 통념에 비춰 정당해야"

청춘반환소송에 대해 더 자세히 알기 위해 홍연호 대표를 비롯한 전피연 관계자들은 지난 2017년 직접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들은 통일교 피해보상 사건을 담당해온 전국영감상법변호사연락회와 컬트협회를 만나, 한국의 신천지 피해 현황을 알리고 일본 통일교 판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홍 대표는 "일본의 경우 90년대에 통일교 피해가 워낙 컸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변호사들을 통해 피해자들을 돕도록 했다"며 "그렇게 만들어진 전국영감상법대책변호사연락회는 지난 30년 넘게 통일교 헌금 피해 규모를 조사해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영감상법'이란 손금을 봐준다거나 특정 상품을 판매하는 등의 상술로 포교하는 통일교의 전도 방법을 말한다.
 
일본 청춘반환소송에는 다수의 통일교 탈퇴자들이 원고로 재판에 참여했다. 가령 삿포로 지방법원이 2013년 6월 판결한 사건의 경우, 20여 명의 탈퇴자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배상액으로 수천만 엔, 우리 돈으로 수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인정하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피고협회(통일교)가 매달 인원·헌금·판매 등 목표를 정하고 그 달성을 위해 종교 교리에 의한 것임을 비밀로 하고 길거리 설문조사, 방문판매, 이름풀이 등의 방법을 통해 상대방을 교묘하게 속였다"며 이후 "교리를 전도하는 목적으로 설치된 '센터'로 인도해, 그곳에서 종교 교리의 전도 활동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도록 각종 교양·오락 비디오를 섞어서 학습의욕과 호기심을 유발하는 등 주도면밀한 준비와 프로그램을 계획했다"고 했다.
 
이는 신천지가 인터뷰나 길거리 설문조사, 대학 동아리 모임, 문화센터 강좌 등 다양한 경로로 접근한 뒤, 가장 핵심인 성경 공부를 가르치는 '복음방'과 '센터'로 넘어가는 포교방법과 매우 흡사한 모양새다.

일본 법원은 이 같은 경우 예외적으로 종교의 자유를 보호받을 수 없으며, 위법성이 있는 행위라고 봤다. 재판부는 "전도에 있어서 종교 교리인 것을 밝히더라도 이것을 의도적으로 부정하는 듯한 적극적인 기망행위를 한 이상, 마치 특정 종교 교리를 뛰어넘은 보편적 사실을 유포하고 있는 듯한 전도 행위에 대해서는 전도 방법으로서 허용하기 어려운, 불공정한 방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그 교리를 진리라고 믿어버리는 신앙 상태가 되어버린 이상 제3자로부터 비판적 검토에 의해 과학적·논리적 오류를 지적하는 것이 더욱 힘들고, 피고협회(통일교)처럼 탈퇴하는 것 자체가 죄악이라고 가르치는 경우에는 한층 더 교리를 벗어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전국영감상법대책변호사연락회는 일찍이 1987년부터 공식적인 통일교 피해 접수를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기 전에는 두어 차례 패소를 경험했을 뿐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그러다 2001년 6월에서야 삿포로지방법원이 처음으로 원고측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종교의 전도 및 교화 활동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앙을 수용하는 선택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판시하며 통일교 탈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또 "종교적 신앙의 선택은 단지 일시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과 달리 그 사람의 삶 자체에 결정적이며 돌이킬 수 없는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것"이라며 "따라서 양심의 자유에 관한 중요한 의사결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행위"라고 못박았다.
 
법원의 판결이 바뀌자, 이듬해인 2002년과 2003년, 2012년에도 잇따라 탈퇴자들이 승소했다. 도쿄지방법원은 2002년 8월 "△종교를 전파하기 위한 전도 행위 △전도된 신자를 각종 활동에 종사시키거나 △헌금을 요구하는 행위는 그 목적과 방법, 결과가 사회의 통념에 비추어 볼 때도 정당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즉 전도 행위가 사회적으로 정당한 범위를 일탈하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있다는 것이다.

홍연호 대표는 "이는 오늘날 종교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벌어지고 있는 종교 사기를 인정한 사례"라며 "특히 일본의 사례는 수많은 피해자들의 증언과 자료가 쌓이고 쌓여서 기존 판례를 뒤엎은 만큼 집단소송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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