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이 바뀌고 있다. 눈길 돌릴 틈 없이 바쁜 걸음이 오가는 이곳이 문화의 향기가 나는 미술관으로 변신한 것.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지하철역은 숨가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 점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하고 있다.
 
 ▲인천시청역 대합실 천장에 전시된 이병찬의 '소비생태계'

'아톰'·'형형색색 대형작품'·'도시생태계'가 지하철역 한 곳에
 
컬러풀한 작물들이 파이프 같아 보이는 통 여러 개를 감싸고 있다. 지하철 역무실 천장에 얽히고설킨 채 놓여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예술작품 ‘한길뜨기’다.
 
지하철역 또 다른 한켠에는 수백 개의 장난감을 활용한 커다란 작품이 눈에 띈다. ‘업사이클링’이라는 독특한 외형의 작품이다. 그 옆에는 최은동의 나무 등신 조각 우주소년 '아톰'이 버젓이 서 있다.
 
지하철역 대합실 에스컬레이터 앞에는 형형색색 플라스틱 조형물 이병찬의 '소비생태계'가 움직이고 있다. 필름과 비닐, 광섬유, 미러볼을 사용해 돌연변이처럼 변화된 도시 생태계가 예술작품으로 탄생됐다.
 
이것들은 인천시청역 개찰구를 나서자마자 만날 수 있는 30여 점의 시각예술 작품들 중 일부다. 인천시는 인천문화재단 인천교통공사와 함께 ‘예술 정거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하철 역사 곳곳에 작품을 설치했다. '언더그라운드, 온 더 그라운드'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 전시는 오는 10월 3일까지 이어진다. 국내 작가 뿐 아니라 미국, 프랑스 유명작가까지 29명이 참여했다.
 
지하철역을 지나가던 승객 박 모씨는 “미술관에 갈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지하철역에서 이렇게 멋진 작품들을 볼 수 있어 좋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지하철역이 미술관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용객 누구나 일상 속에서 다양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허종식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은 “지하철 역사가 삭막해 보였는데 예술을 입히니 따뜻해 보인다”며 “인천시는 앞으로 1개소 정도를 더 확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프로젝트 기획을 맡은 이탈(미디어 아티스트) 예술감독은 사업 추진 이유로 “지하철역이 예술작품을 향유하는 ‘경계 없는 출구’로서 ‘동질적 의미’를 찾고 새로운 ‘공공향유’의 가능성을 실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서울교통공사가 관리·운영하는 지하철 역사 내에는 270여 점의 미술품이 설치됐다. 미술 작품 한 두 점을 지하철 대합실에 진열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더욱 다채롭고 질 높은 전시작들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우이·신설역에 생긴 ‘우이신설 미술관’ △성신여대입구역 4호선 환승 에스컬레이터 벽면을 장식한 코리아나미술관과 강은혜 작가의 ‘커넥션’ △경복궁역에 위치한 ‘메트로미술관’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고가 미술품 구매전시 △일부 작가 전시 독점 △지하철 내 미술작품 운영과 관리 등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어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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