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류층의 자녀 입시전쟁을 그린 드라마 'SKY 캐슬'이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견인하고 있다. 우리네 삐뚤어진 교육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우리 사회 전반의 부조리들이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드라마가 비정상적으로 흐르는 사회, 세간의 시선을 의식하며 그 틀을 깨지 못하는 기성세대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최상류층의 자녀 입시전쟁을 그린 jtbc 드라마 'SKY 캐슬'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사진제공=jtbc)

드라마에 비친 부조리, 현실 들춰보게 해

'SKY 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인 명문가 엄마들이 자신이 누리는 부와 명예, 권력을 대물림하고자 자녀의 일류대 입시에 올인하는 욕망과 탐욕을 그린 드라마다. 드라마 속 주 배경인 스카이 캐슬은 명문 사립 대학병원 의사들과 판·검사 출신 로스쿨 교수들만 입주 가능한 고급 주택단지 이름이다. 굳이 영어로 제목을 표기한 건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일컫는 ‘SKY’의 중의적 표현을 노린 것처럼 보인다.

드라마는 그간 입시전쟁을 다룬 작품들을 압도하는 '사교육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벌어지는 사교육의 민낯을 이토록 노골적으로 그려낸 드라마가 있었던가.

극 중 엄마들은 자식들을 서울대 의대에 합격시키기 위해 치열한 입시전쟁을 치른다. 합격 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입시 코디네이터에게 간택 받기 위해서라면 부정도 불사한다. 수십억 대 보수를 받는 입시 코디의 철저한 관리감독하에 사육되는 아이들의 모습은 이 시대의 부정할 수 없는 비극적인 자화상과도 같다.  

설마 '저렇게까지 할까’ 반신반의했던 생각은 현실서 벌어진 사건을 떠올리게 하며 실상임을 자각하게 만든다. 극중 로스쿨 교수의 자랑이던 하버드생 딸이 알고 보니 가짜였다는 설정은 2015년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에 동시 합격했다고 거짓 인터뷰했다가 들통난 한인 여학생 '새라 김'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거래를 통해 입시 코디로부터 예상시험지를 빼돌린 에피소드는 지난해 교무부장 아빠가 쌍둥이 딸들에게 시험문제와 답안을 유출한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을 연상케 만들었다.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SKY 캐슬'은 입시경쟁이라는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이 이 드라마가 말하려는 전부가 아니다. 입시가 아닌 어른들의 일터에서도 경쟁 시스템은 똑같이 벌어진다. 촌극처럼 그려지는 극중 아빠들의 대학병원 내 서열극은 입시경쟁 못지않다. 입에 발린 말과 온갖 로비 등은 어른들의 일그러진 욕망을 보여주고, 어른들의 그릇된 가치관은 곧 아이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대부분의 어른은 이러한 잘못된 시스템을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여기서 발생되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들여다 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드라마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의사 사망으로 도마에 올라

하지만 드라마는 표현적인 면에서 아쉬움이 지적된다. 인간의 일그러진 욕망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노골적이고 극단적인 상황 설정이 많다. 특히 최근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때아닌 선정성 논란이 일었다. 얼마 전 유사한 장면을 에피소드 형태로 내보냈기 때문이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시청률만 쫓다 보니 자극적인 내용들이 들어가 결국 이런 모방범죄들이 나온다"면서 문제를 지적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도 입장문을 발표하고 해당장면을 공식 지적했다. 협회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갈등과 폭력을 흥미 위주로 각색해 희화화하여 시청자로 하여금 의료기관 내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동조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방송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은 해당 장면이 노출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발생했다. 피의자가 이 방송을 보고 모방한 것이 아니더라도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근절할 방송 행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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