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목사 ⓒ데일리굿뉴스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는 말이 있다. 비가 오고 난 뒤에 죽순(竹筍)이 여기저기서 자라나는 모습에서 유래된 사자성어다. 죽순은 하루에 60㎝까지도 자란다고 하니 자라는 게 눈에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난 죽순은 세 달 만에 그 길이가 16m에서 25m까지 자란다. 어떤 대나무는 40m까지도 자란다고 한다.

이렇게 빨리 자라나는 대나무도 그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땅속에서 5년이라는 침묵의 시간을 보낸다. 대나무가 땅에서 나와 이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땅속에서 수분과 양분을 뿌리와 지하경(뿌리줄기 마디)에 끊임없이 보내 사방으로 뻗어 나갔기 때문이다. 땅속에 있는 5년은 비약적인 성장을 위해 땅속 깊이 뿌리내리는 귀중한 시간이다.

우리 인생도 드러나지 않는 땅속의 시간이 있다. 우리의 삶에 무언가 이뤄지지 않아서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가 성장하기 위한 가장 소중한 시간임을 기억하자.

겨울이 끝나면 봄이 온다. 인생의 겨울은 끝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다. 시편 126편 5절에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라고 기록돼 있듯이 모든 성장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봄을 맞이하려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실하게 준비하는 겨울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스라엘 백성들도 출애굽해 바로 가나안에 들어간 게 아니다. 홍해를 건너자 믿음의 훈련 학교인 광야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스라엘 백성의 리더였던 모세는 이러한 광야 학교에 미리 입학해서 40년간 양 떼를 돌보며 인간의 지혜와 능력과 힘을 모두 벗어버리고 겸손과 믿음의 사람으로 변화됐기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들을 인도할 수 있었다.

믿는 자들의 삶에도 이런 광야가 있다.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며 믿음으로 사는 훈련을 통과해야 그 뿌리가 튼튼해져서 어떤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큰 믿음의 사람이 될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에 들어가서 정착한 이후에도 광야를 기억하기 위해 초막절을 지켰다. 광야에서 인도하신 하나님을 회고하며 믿음을 더욱 강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들은 초막에서 일주일 동안 자녀들과 함께 지내며 광야에서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인도해주시고 만나와 메추라기를 내려주신 신실하신 하나님을 추억했을 것이다.

그들이 가나안에서 정착하고 살아갈 수 있는 건 광야에서 익힌 믿음 덕분이었다. 가나안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긴 했지만 장대한 가나안 일곱 족속들이 이미 그 땅을 차지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믿음이 없었던 1세대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호수아와 갈렙을 제외하고 모두 광야에서 죽었다.

사실 하나님은 광야에서 그들에게 믿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는데, 그들은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원망하며 그 시간을 다 허비해버렸다. 광야에서 믿음으로 준비가 되지 않으면 가나안에 들어간다 해도 살 수 없다.

대나무가 5년 동안 땅속 깊이 뿌리내려야 땅 위에 거친 비바람을 이겨낼 수 있듯이 우리도 하나님의 때에 비약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곳에서 믿음의 훈련을 해야 한다. 광야는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준비해주신 소중한 시간이다.

이제 2018년도 다 마무리돼 가는 시점이다. 이 겨울을 2018년의 끝이 아닌 2019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으로 보내자.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이뤄 드리는 삶을 살아내기 위해 말씀과 기도에 깊이 뿌리내리고 하나님과 더욱 친밀한 관계를 쌓아가자. 우리에게도 반드시 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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