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연내에 이뤄질지 관심이 뜨겁다. '남산에 간다', '국회에서 연설을 한다' 등 이런 저런 설이 넘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이 서울에 도착해 문 대통령과 함께 대한민국 시민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 연내에 볼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백두산 천지에서 함께 손을 맞잡은 모습. 같은 장면을 한라산에서 다시 보여줄 수 있을까? (사진=연합뉴스)


北 최고 지도자의 서울 방문 이번엔 이뤄질까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에 도착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대한민국 시민들에게 손을 흔든다. 또 남산에서 서울의 야경을 감상하고 문 대통령과 함께 한라산에 오른다. 올해가 가기 전 우리가 서울에서 볼 수 있을지 모를 장면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여러 차례 이뤄졌다. 김대중 대통령을 시작으로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까지 총 3명의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다. 한반도 해빙의 시기마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한국 방문이 추진되곤 했지만 성사되진 못했다.

만일 김 위원장이 북한 최고 지도자로서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 국제사회에 ‘평화’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장면이 될 것이다.

김 위원장 답방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초강경 매파로 불리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이 한 약속을 이행할 기회를 주려 한다"며 "북한을 위해 문을 열어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답방 가능성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을 향해 전방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김 위원장 본인이 9월 약속했던 답방을 하지 않는다면 4·27 판문점 선언이나 6·12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이행하라는 주장을 할 명분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이미 답방을 놓고 실제적인 고민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 답방 분위기 솔솔, 넘야 할 과제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지만 넘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김 위원장의 경호·의전 문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월 2일 있었던 기내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 북한에서 가장 신경 쓸 부분이 경호라든지 안전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고 존엄'의 신변안전 문제에 있어서 극도로 예민한 모습을 보여 왔다. 기차로 이동할 때 대형 위장막을 설치하고 동선은 철저히 기밀에 부쳐왔다. 태극기 부대를 비롯한 보수단체들이 김 위원장의 이동 경로에서 시위를 벌인다면 이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측근들의 만류에도 한국 방문을 결심했다고 전해지는 데다, 지난 6월 북한을 벗어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공개적으로 싱가포르로 향한 사례에서 보듯 경호·의전 문제에 있어서 유연할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북한 최고지도자의 격에 맞는 이벤트 마련도 고민이다. 김 위원장은 평양을 방문한 문 대통령을 위해 카퍼레이드와 평양에서 가장 큰 능라도5·1경기장 연설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문 대통령도 이에 준하는 이벤트를 마련해야 두 정상 간 격이 맞는다. 이를 위해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김 위원장의 국회 연설을 추진하는 방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김 위원장이 현충원에 헌화하고 천안함 유족들과 국민에게 사죄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성사될지 미지수다.

이에 대해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방문 시 수십만 환영 인파의 환대를 받았다고 우리도 인위적 환영 분위기를 만들어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광화문 광장에서 백두칭송위원회의 '김정은 만세' 소리와 함께 세습통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함께 울려나오는 자유민주주의 혼성 4부 합창단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답방할 경우 북한의 가장 큰 고민은 '답방 선물'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만일 답방이 이뤄진다면 여기서 한 발 더 나간 비핵화 조치를 들고 와야 한다. 대북 문제 전문가들은 "미국으로부터 관계 정상화나 제재 해제 등 상응 조치에 대한 확실한 답을 들을 경우 비핵화 관련 메시지를 들고 한국에 온 뒤 북미정상회담으로 연결하는 큰 그림을 그리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쪽 동포들을 위해 무엇을 주면 좋을까?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답방이 이뤄진다고 해도 상징적인 의미를 넘는 구체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이 모든 것을 다 처리하면 미국의 입장이 난처해지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 답방을 둘러싼 남북의 고민이 엇갈리는 가운데, 연내 답방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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