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청년, 결혼은 왜 '선택'이 됐나

조준만 (jojunman@goodtv.co.kr) ㅣ 등록일 2018-12-03 12:12:38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확대 축소

 ▲오늘날 국민의 절반 이상의 경우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20~30대 젊은이 열에 일곱은 결혼은 '선택'이라고 답했다.ⓒ위클리굿뉴스


'관혼상제(冠婚喪祭).' 갓을 쓰는 성인식인 관례, 결혼식을 올리는 혼례, 장례를 치르는 상례, 제사를 지내는 제례를 등을 일컫는 말이다. 예부터 이 네 가지는 인생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으로 여겼다. 어른이 되어 상투를 틀고, 시집·장가 가는 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당연한 것'이었다. 혼기가 지나 혼례가 지체되면 자녀를 둔 부모는 발을 동동 구르며 걱정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 관례와 제례가 더 이상 당연하지 않듯 '혼례(결혼)'에 대한 생각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오늘날 국민의 절반 이상의 경우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20~30대 젊은이 열에 일곱은 결혼은 '선택'이라고 답했다.
 
결혼은 필수 아닌 선택?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처음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절반을 넘어섰다. 2018년 대한민국에서 결혼은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됐다.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처음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절반을 넘어섰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발표된 통계청 '2018년 사회조사'는 결혼과 가정에 관한 생각이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한 비율은 56.4%, '결혼해야 한다'는 의견은 48.1%였다.

2010년에 실시된 같은 조사에선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는 의견이 40.5%, '결혼해야 한다'는 의견은 64.7%였다.

또한 '비혼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응답도 2016년 24.2%에서 6.1% 늘어난 30.3%로 나타났다. ‘출산’과 ‘가정’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나이별로 살펴보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응답은 20대(33.5%), 30대(36.2%), 40대(41.9%) 순으로 나타났다. 40대를 기준으로 나이가 낮을수록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봤다.

'비혼 동거'에 대해서도 20대(74.4%), 30대(73.2%), 40대(60.1%) 순으로 나타나, 나이가 낮아질수록 '가능하다'고 생각한 비율이 높았다. 
 
 ▲저성장 기조와 고용불안, 치솟는 집값을 경험한 ‘밀레니얼 세대(현재 20~30대)’는 결혼보다는 개인의 삶을 '즐기자'는 태도가 강하다.ⓒ위클리굿뉴스

이는 경제 발전기에 태어나 경제 호황기에 사회생활을 한 '베이비붐 세대(현재 60~70대)', 금융위기 이전 비교적 경쟁이 덜했던 'X세대(현재 40~50대)'에 비해 저성장 기조와 고용불안, 치솟는 집값을 경험한 ‘밀레니얼 세대(현재 20~30대)’가 결혼보다는 개인의 삶을 '즐기자'는 태도가 조사결과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있어 '결혼'과 '출산'은 이전 세대만큼 당연하거나 소중한 것이 아니다.

시대를 반영하는 대중가요의 노랫말도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젊은 층에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는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고 노래한다. 아모르 파티가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래를 위해 현실을 희생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행복하게 살자는 메시지가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번 조사 결과만 가지고 '결혼'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약해졌다고 단정 짓는 것은 이르다고 지적한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김근태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를 이솝우화의 '신포도'에 비유했다. 여우가 못 따먹은 '신포도'를 향해 안 따 먹은 것이라고 자신을 속였던 것처럼 "여전히 많은 사람이 결혼을 원하면서도 현실적인 문제로 결혼하지 '못하는 것'을 '안 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결혼이 ‘신포도’가 된 것은,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고 말해야 그나마 속이 덜 상하기 때문이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젊은이들의 응답에는 결혼하기 힘든, 혹은 나 혼자 살기에도 벅찬 사회에 대한 자기방어가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결혼이 필수는 아니나, 결혼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에 국민의 절반 이상이 다른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개인이 결혼에 대해 어떤 의사를 표명하더라도 전체 인구의 80% 정도는 결국 결혼을 선택한다"며 "대한민국이 결혼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여건을 갖추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지적대로 밀레니얼 세대가 왜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생각했는지에 관한 배경, 즉 사회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보는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혼이 따먹을 수없는 ‘신포도’가 아닌 원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포도'로 만들기 위한 사회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