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와 황사가 연일 계속되면서 좀처럼 맑은 하늘을 보기 어려워졌다. '봄의 불청객'으로 불리던 미세먼지가 최근에는 가을, 겨울까지 일년 내내 기승을 부린다. 그 동안 전형적인 한국의 겨울 날씨가 삼한사온(三寒四溫)이었다면, 미세먼지가 수시로 찾아오는 요즘엔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가 찾아온다는 뜻이다.
 
 ▲미세먼지 농도 '매우나쁨'을 기록한 지난 28일,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체내 일주일 이상 머무는 미세먼지, 각종 장기에 '침투'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겨울 서울에서 초미세먼지가 '좋음' 수준이었던 날은 평균 기온이 영하 6.9도인 반면 '나쁨'인 날은 영상 1.3도였다. 추우면 추운 대로 걱정, 날이 좀 포근해지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려 걱정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겨울철 북쪽에서 내려오는 시베리아 고기압의 발달로 찬 바람이 세게 불면 미세먼지가 밀려갔다가, 바람이 약해지면 한반도 상공에 정체돼 나타난다. 여기에 서풍이 불면 국내 미세먼지는 물론 중국발 미세먼지까지 쌓이면서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게 된다.

우리가 들이마신 미세먼지는 몸 속에 얼마 동안 머물게 될까. 최근 첨단방사선연구소 생병공학연구부 연구팀이 국내 최초로 체내 미세먼지의 움직임과 분포를 연구한 결과, 일단 흡입한 미세먼지를 다 배출하기까지 최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이 미세먼지 표준물질을 실험용 쥐의 기도와 식도로 각각 투입하자, 식도로 유입된 미세먼지는 이틀 만에 몸 밖으로 빠져 나왔다. 반면 코를 통해 흡입된 미세먼지는 이틀 뒤에도 60% 가량이 폐에 남아 있었고, 배출까지는 7일이 걸렸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소량의 미세먼지가 간과 신장 등 일부 장기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미세먼지가 위험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숨을 내쉬어도 빠져나가지 않고, 폐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혈관을 타고 신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각종 장기와 뇌에 들러붙는다. 이 과정에서 세포를 자극해 뇌졸중, 고혈압, 암 발생 가능성을 높이기도 한다.
 
 ▲연일 계속되는 미세먼지와 황사로 인해 하늘이 뿌연 회색빛을 띄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초미세먼지, 모든 종류의 암 사망 확률 17% 높여

명지병원 김홍배 교수와 강남세브란스병원 이용제 교수팀은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가 모든 종류의 암 사망 확률을 최고 17%까지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국제환경연구공중보건잡지 11월호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미세먼지, 이산화질소가 10㎍/㎥씩 증가할 때마다 암 사망률이 각각 17%, 9%, 6%씩 상승했다.
 
다양한 미세먼지 종류와 크기에 따라 체내에서 이동하는 현상이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종호 선임연구원은 "쥐 실험을 통해 나타난 미세먼지의 이동 흐름이 사람에게도 유사하게 발생할 것이란 유추가 가능하다"며 "향후 미세먼지 노출로 인한 다양한 질환 발병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 기술 개발에 필요한 기초연구를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겨울은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몰려올 전망이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지자, 미세먼지 감축 목표를 줄이는 등 환경오염 규제를 대폭 완화시켰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정체에 중국발 스모그까지 더해지면서 미세먼지 농도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추위 뿐 아니라 미세먼지 역시 취약계층에게는 더욱 가혹하게 다가온다. 경제적인 이유로 나쁜 공기를 그대로 마실 수 밖에 없는 것. 주로 공장 주변에 살거나, 근로여건이 좋지 않은 야외 노동자, 업무 특성상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사람들이다. 특히 저소득층인 경우 일회용인 마스크를 살 비용조차 부담스럽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은 이제 방사능이나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불안감보다 더 높은 수준"이라며 "이제는 미세먼지 문제를 대기오염을 넘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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