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속 추석 연휴를 맞게 됐다. 인파가 몰리는 유명 관광지 대신 가족과 한적하게 신앙 재충전하기 좋은 전남 신안의 순례길을 소개한다.
 
 ▲전남 신안 대기점도의 '건강의 집, 베드로'(사진출처=신안군)

전남 신안군에 위치한 '12사도 순례길'은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 등 다섯 개의 작은 섬이 밀물과 썰물에 따라 잠기는 노둣길로 연결되어 있다. 이 섬들은 하루에 두번 물이 빠지는데 썰물 때만 모세의 기적처럼 노두길이 드러난다. 12사도 이름을 딴 예배당이 섬마다 마련돼 있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빗대어 '섬티아고'라 불린다.

국내외 미술가들이 설계한 이 예배당들에서는 명상이나 기도를 할 수 있고, 잠시 묵상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12사도 순례길은 민중신학운동가로 유명한 서남동 목사의 고향답게 개신교 신자가 많은 신안의 지역 특성에서 유래됐다. 12개의 작품 제목은 예수의 열두 제자 이름에서 따왔다. 건강의 집 베드로, 생각하는 집 안드레아, 그리움의 집 야고보, 생명평화의 집 요한 등 12사도 예배당이 마련돼 있다. 12곳을 다 돌면 어른 걸음으로 3시간 이상 걸리는 코스다.

대기점도 선착장에 내리면 블루와 화이트 컬러의 아름다운 예배당 '건강의 집, 베드로'를 만날 수 있다. 작품 '건강의 집, 베드로'는 미술가 김윤환이 디자인했다. 건강한 심신으로 순례를 시작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키가 작은 종탑에서 몸을 숙여 겸손한 마음으로 종을 치면 된다. 멀리서도 보이는 불빛으로 등대의 역할까지 수행한다.

대기점도 남촌마을 팔각정 아래에는 '생명 평화의 집, 요한'이 있다. 이 예배당은 원통형으로 쌓아올린 벽돌집으로 하얀 원형의 외곽에 지붕과 창의 스텐드그라스가 눈길을 끈다. 천정을 통해 빛이 쏟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생명과 평화, 탄생과 죽음 같은 인간의 삶을 응축한 작품으로 의자와 바닥 중앙에는 '생명, 평화, 탄생'을 상징하는 문양이 새겨져 있다.

노둣길 입구의 '행복의 집, 필립' 작품은 장미셸 후비오, 파코 슈발, 브루노 프루네 등 프랑스 미술가들이 함께 만들었다. 프랑스 남부 툴루즈 지역 출신인 이들 미술가는 고향의 붉은 벽돌과 섬에서 채취한 자갈을 이용했다. 신안의 삶이 담긴 돌절구는 둥근 창문이 되었고,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물고기 비늘 모양으로 잘라 지붕을 얹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갯벌은 계절과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한다.

소기점도 호수위에 지어진 '감사의 집, 바르톨로메오' 역시 프랑스 미술가들의 작품이다. 스테인리스강 구조물과 투명 홀로그램 필름으로 마감한 유리로 만들어져 무지개 빛을 내뿜는다. 작품 안에는 방문객이 누워 하늘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마루를 설치했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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