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2일(현지시간) 헝가리 방문 때 빅토르 오르반 총리를 면담한다고 교황청이 9일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출처=연합뉴스)

교황은 12일 오전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를 찾아 7시간가량 머물 예정이다. 이어 제52차 세계성체대회 폐막 미사(Statio Orbis·세계 집회)를 집례한다.

극우 성향의 권위주의적 지도자인 오르반 총리는 난민 수용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등 정책적 측면이나 개인 성향에서 교황과는 대척점에 서 있어 대면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었다.

이러한 예상을 깨고 일단 면담 일정은 잡혔으나 주어진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 깊은 대화보다는 덕담을 나누는 정도의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오르반 총리는 가족과 함께 교황이 집전하는 성체대회 폐막 미사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이 성체대회 폐막 미사를 현장에서 직접 집전하는 것은 요한 바오로 2세 때인 2000년 이탈리아 로마 대회 이후 21년만이다.

세계성체대회는 성체에 대한 신심을 촉진하고자 4년마다 열리는 가톨릭교회의 대표적인 국제 행사다. 우리나라도 1989년 10월 제44차 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박 2일 일정으로 서울을 찾아 폐막 미사를 집전했었다.

교황은 헝가리에서의 짧은 일정을 마치고 12일 당일 오후 이웃나라인 슬로바키아로 떠나 15일까지 3박 4일간 머물 예정이다. 슬로바키아에서는 총리·대통령 등 정치지도자들과의 면담, 가톨릭계 인사들과의 만남, 현지 유대인 사회 방문 등으로 일정이 짜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슬로바키아에 무게 중심이 쏠려있으며, 헝가리는 성체대회 폐막 미사 집례를 위한 경유지에 불과한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영국 가톨릭 신문인 '더 태블릿'은 "교황이 헝가리보다 슬로바키아에 더 큰 비중을 두기로 한 것은 오르반 총리와 같은 국가주의적 포퓰리스트 지도자에 매우 비판적인 입장의 맥락 속에서 이해돼야 한다"고 짚었다.

또 미국의 보수적 가톨릭 매체인 '내셔널 가톨릭 레지스터'에서는 헝가리 관료와 주교들이 교황의 자국 방문 시간을 연장하거나 정식 국가 방문으로 돌리고자 설득 노력을 했으나 실패했다면서 이는 오르반 총리에게 큰 굴욕이라고 전했다.

다만,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이번 헝가리-슬로바키아 방문 일정에 대해 "하나의 영적 순례가 될 것"이라며 정치적 맥락이 아닌 종교적 맥락에서 이해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모두 가톨릭 국가로 분류되지만, 전체 인구 대비 가톨릭 신자 비율은 슬로바키아가 74%로 헝가리(61%)보다 높다.

2013년 즉위 후 34번째인 이번 여정은 교황이 지병 수술을 받은 이래 첫 해외 순방으로도 주목받는다.

교황은 지난 7월 4일 이탈리아 로마의 한 종합병원에서 지병인 결장 협착증 수술을 받고서 열흘 간 입원했다. 33㎝ 길이의 장을 잘라내는 큰 수술이었다.

퇴원 이후 순조로운 회복 과정을 거쳐왔으나 수요 일반알현과 주일 삼종기도 등과 같은 대중 행사에서 다소 약해진 목소리에 수척한 얼굴이 공개되며 건강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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