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원 ⓒ데일리굿뉴스
BTS 방탄소년단을 볼 때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란하면서도 한 치의 오차 없는 칼 같은 군무, 격렬한 율동 속에도 흔들리지 않는 환상적인 하모니. 아무리 찬사를 보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대단한 한국 청년들이다. 강력한 팬덤이 있을 수밖에 없다. 팬클럽 ‘아미’는 방탄소년단을 지키는 이들이다.
 
중국의 ‘아미’가 일을 냈다. BTS를 정치권의 핫이슈로 부각시켰다. 환상적인 초고음과 퍼포먼스로 대단한 사랑을 받고 있는 팀의 리드 보컬이자 메인 댄서 ‘지민’의 중국 내 생일 축하 행사가 발단이 됐다. 중국의 ‘아미’들이 지민의 사진과 생일을 축하하는 글귀를 가득 적은 여객기를 띄우자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가 팬클럽 계정을 60일 동안 정지시켰다. BTS뿐 아니라 엑소와 블랙핑크, 아이유 등 한국 연예인 팬클럽 계정 20여 개도 30일 동안 정지당했다.
 
비이성적으로 스타를 추종하고 응원하는 내용을 전파했다는 게 현지 매체들이 전하는 이유이다. 관영 CCTV는 당국이 팬덤 난맥상에 대한 종합적인 단속을 계속하기로 하고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한 지속적인 관리 체계를 모색할 것을 주문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에 일고 있는 이상 기류는 이 뿐만이 아니다. 대대적인 연예계 규제책이 잇따르고 있다. 사회적 물의를 빚은 연예인 퇴출, 여성스러운 남자 아이돌 출연 금지 조치가 취해졌고 연예인을 대상으로 시진핑 사상 교육을 의무화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연걸 등 해외 국적을 가진 연예인을 퇴출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중국 게임 부문을 총괄하는 국가신문출판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평일엔 게임을 못 하고 금·토·휴일 밤에만 1시간 게임을 허용하는 규제 방안을 공지했다. 중국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는 정부 방침에 맞춰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꺼지거나 실명 확인을 위해 얼굴 인식 시스템을 적용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의 조치는 한국과 일본의 게임 업계 주가에 즉각 반영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산하의 ‘경제참고보’는 ‘정신적 아편이 수천억 가치의 산업으로 성장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1960년대 중국에서 일었던, 자본주의 문화척결을 내건 문화대혁명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라고 현지 특파원들은 평했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시진핑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대책으로 해석된다.
 
시진핑 주석은 국가 주석 임기제를 폐지해 임기 10년 차를 맞는 내년 당 대회에서 3연임을 승인받게 된다. 문제는 장기집권으로 가는 길목에서 여론의 추이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을 맞은 지난 7월 중국공산당 지도부와 가진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함께 잘 살자는 ‘공동 부유’를 제시했다. ‘고소득 개념의 합법적인 소득은 인정하지만 너무 높은 소득은 조절하고 고소득 계층과 기업이 사회에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IT 공룡기업 등 빅테크 기업의 CEO들이 약속이나 한 듯 잇따라 퇴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움직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미 사교육 금지 조치를 내린 중국 당국의 다음 타깃은 부동산 대책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외적으로 미국의 압박도 중국으로선 부담스럽다. 지적 재산권 문제로 대립했던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정부는 중국 내 인권 문제를 제기하며 갈등 국면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국은 자본주의 도입이 체제 유지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공산당 사상과 애국주의로 내부 결속을 꾀하고 있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중국의 특수성을 이해한다 해도 미국과 더불어 세게 최강대국을 지향하는 니라에서 개인의 자유로운 팬클럽 활동을 규제한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지난 2016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쳬계) 배치 이후, 중국이 한국의 단체 관광 제한, 대중문화 금지 조치 등 ‘한한령’을 내렸던 기억이 남아있는 만큼 우리로선 더욱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우리 정부가 뒷짐 지고 있어선 안 된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중간 외교적 현안이 많지만 연예인 팬클럽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한중 문화 교류 확산 방안이 이 자리에서 논의되길 기대한다. 내년은 한중 수교 30주년이다.
 

[송기원 언론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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