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20주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정작 테러의 주범들은 법정에서 웃음을 짓거나 손을 흔드는 등 여유를 보여줘 화제다. 

7일(현지시간) 9·11테러의 설계자로 알려진 알카에다의 전 작전사령관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를 비롯한 용의자 5명이 쿠바 관타나모 미국 해군기지 '캠프 저스티스' 법정에 섰다.

이날 심리는 미국이 9·11 테러로 촉발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낸 직후 처음 열린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단된 9·11 사건에 대한 공판 전 심리가 18개월 만에 재개된 것이기도 하다. 

이날 심리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테러범들의 태도였다. 폭스뉴스 등은 모하메드가 심리 내내 웃는 모습을 보였고 중간 휴정 시간에 법정을 빠져나올 때는 기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여유까지 보였다고 전했다. 

모하메드는 2003년 파키스탄에 있는 자택에서 붙잡힌 이후 2006년 관타나모 수용소에 옮겨진 지 15년이 지났다. 그러나 재판은 정식 공판이 시작되지도 못한 채 심리만 무려 9년째 이어가는 등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재판이 계속해서 미뤄지는 이유에 대해  케빈 파워스 보스턴대 국가 안보전문가는 검찰이나 변호인, 판사가 아닌 온전히 시스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재판을 위한 군사위원회 시스템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창설돼 모든 문제가 논쟁 대상으로 떠올랐고, 중간에 판사와 변호사도 자주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날 심리를 진행한 맥콜 재판장은 이 사건을 맡은 8번째 재판장이다. 

모하메드는 9·11 테러를 포함해 대니얼 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참수 사건, 1993년 세계무역센터 테러, 2002년 인도네시아 발리 나이트클럽 폭발사건 등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 중앙정보국(CIA)이 심문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를 재판에 활용할 것인지가 최대 쟁점이었다. 피고인들은 고문에 의한 증거 사용 불허를 주장하고 있다.

피고인들은 2,976명의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데, 유죄가 인정되면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날 역시 변호인단은 2002∼2006년 CIA 고문으로 인한 증거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려고 직전 마지막 재판 시점에서의 심리 재개를 요청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백유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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