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원 ⓒ데일리굿뉴스
미국은 9월을 노동절 연휴로 시작한다.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8월 말 개학한 뒤 잠시 한숨을 돌리는 기간이기도 하다. 학기 초의 분주함을 일단 털어내고 한 학기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시간이다. 노동절 연휴에 맞춰 가족 단위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도 예전에는 많았다. 코로나 19는 이런 생활 패턴마저 바꿔 놓았다.
 
노동절 연휴 관광객으로 주요 도로가 혼잡하다는 ‘주요 뉴스’는 적어도 올해는 사라진 것 같다.
 
뉴욕에선 하지만 초대형 스포츠 행사가 시끌벅적하게 치러지고 있다. 세계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가 열리고 있다. ‘US 오픈 테니스’ 해마다 8월 말에 시작해 9월 초에 끝나는 대회이다. 특히 덜 유명한 선수들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대회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주말 여자 싱글 32강전을 지켜보다 깜짝 놀랐다. 세계 1위 애슐리 바티를 상대로 미국의 10대 선수 셸비 로저스가 명승부를 연출했다. 세트 스코어 1 대 1에서 미국 선수가 마지막 세트를 대역전극으로 장식하는 순간,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관중들이 일제히 일어나 환호와 함께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을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 궁금했다. 어떻게 방역 작업을 할까?
 
대회 주최 측은 경기장 입장과 관련해 주의사항을 적시하면서 이런 제목을 띄워 놓고 있다. ‘Get ready for your return’ 테니스 용어를 섞어 쓴 위트 있는 표현으로 ‘돌아 갈 준비를 하세요’ 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집에 돌아가지 않고 경기를 보려면 다음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12살 이상의 모든 팬은 1회 이상의 예방 접종 증거를 보여야 한다.
 
둘째, 음성 테스트의 증명은 필요하지 않다. 체온을 확인하거나 건강 설문지를 작성할 필요가 없다.
 
셋째, 얼굴 마스크는 실내에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예방접종 상태와 관계없이 특정 위치에선 필요할 수 있다.
 
넷째, 통행량이 많은 지역에서 소독제로 청소하는 빈도를 높였다. 식당이나 라운지 같은 밀집도 높은 공간에 필터를 추가로 설치했다.
 
다섯째, 손 소독할 곳을 그라운드 주변에 설치할 것이다.
 
여섯째, 선수와 팬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선수에게 접근하거나 다른 곳에 모여 사인을 받는 것을 자제해 달라.
 
미국은 위드 코로나 여부를 연방 정부 차원에서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주 별로 맡겨두고 있어 뉴욕 주의 경우 이 같은 조치를 펴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전역의 코로나 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코로나로 숨지거나 입원한 사람들의 확산세가 지난 겨울 이후 최고 수준을 다시 보이고 있다고 현지 특파원들은 전한다. 지난 6월 신규 확진자는 하루 1만 여 명 이었는데 지금은 16만 명 수준이다. 하루 평균 입원 환자는 10만 명, 중증 환자 2만 5,000명, 사망자 1,500명. 지난 3월 이후 사망자 수가 가장 많다.
 
미국 전체 백신 접종률은 50%를 갓 넘겼지만 백신 접종을 하지 않겠다는 이들도 많다. 특히 미국 남동부는 백신 기피가 일반화 돼 있는 듯하다. 미국 정부는 부스터 샷까지 준비하고 있지만 코로나 상황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영국의 경우는 정부 차원에서 위드 코로나를 결정했다. 영국은 6달 동안의 실행 기간을 거쳐 지난 7월 이후 모임 제한 등 모든 제도적 규제를 해제했다. 나이트클럽까지 모든 시설의 영업 제한을 풀었다. 손흥민이 출전하는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 리그도 관중들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 재택근무 권고도 해제했다. 다만 밀집된 공간에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의심 증상 시 코로나 검사를 받고, 양성 판정 시 예방접종과 관계없이 10일 동안 자택 격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겼지만 신규 확진자 수는 하루 3만 명 넘게 발생하고 있다. 치명률도 높아졌지만 영국 정부는 위드 코로나 정책을 지속할 계획이다.
 
아이슬란드, 싱가포르 역시 백신 접종률 70%를 넘기며 위드 코로나의 길을 걷고 있다.
 
오늘도 여전히 우리의 코로나 19 환자는 1,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2천 명 선을 오르내린지도 제법 됐다. 그만큼 코로나 확산 세를 차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 추석 연휴까지 기다리고 있어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는 전향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백신 접종률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면서 “코로나 상황이 진정돼 나간다면 방역과 일상을 조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역체계로 점진적 전환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일각에서는 4단계 방역 체계 시한이 끝나는 10월이 되면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제 코로나를 안고 살 궁리를 해야 할 것 같다. 우리 곁에 사는 자영업자 등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역에 언제까지 매달릴 수는 없다. 확진자 억제 보다는 위중증 환자 관리에 더 집중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성급한 희망을 하지는 말자. 완벽한 일상 회복을 순간에 꿈꿔서는 안 된다. 과도한 기대와 희망보다는 엄혹한 현실을 받아 들여야 하는 상황임을 잊지 말자. 신중하고 단계적인 완화를 선택한 싱가포르의 사례도 한 번 참고해 보자. 조금씩. 천천히, 서두르지 말고... 그렇게 일상을 되살려 가자.
 

[송기원 언론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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