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떠나면서 20년간 구축한 방대한 양의 아프간인 데이터베이스(DB)가 탈레반에 넘어가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있다. 

실제로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한 지난 15일 이후 아프간 시민들의 개인 정보가 탈레반에 넘어간 정황이 잇따르고 있다. 

세스 몰튼 미 하원 의원실에서 아프간인 정착 지원 업무를 하는 니샤 수아레스도 미군에 협력한 전력이 있는 아프간인들 중에서 위협적인 내용의 전화나 문자, 왓츠앱 메시지를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 하청업자였던 한 아프간 남성은 국방부로 소환하겠다는 전화가 걸려와 매일 거처를 바꿔가며 은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전투 지역에서 식별의 우위를 높일 목적으로 지문과 홍채, 안면 스캔을 모은 DB를 지난 2004년 구축했고, 아프간 정부도 이를 본떠 방대한 양의 아프간인 개인정보 DB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중 가장 민감한 것 중 하나는 아프간군과 경찰의 급여 지급 시스템에 저장된 정보다. 이 시스템에는 아프간 보안병력 70만여명의 사진, 생년월일, 전화번호, 가족관계, 지문, 홍채 등등의 정보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금융 관리 정보 시스템, 국제 원조 기금 관리 등에 쓰인 아프간 경제부처 시스템에도 개인 정보가 저장돼 있으며, 아프간 통계청 DB에도 약 900만명의 홍채, 지문 정보가 담겨 있다. 800여만 아프간인의 정보가 담긴 유권자 등록 시스템도 남아 있다.

승인을 받은 사람만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에 만약 탈레반이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다면 해킹이라도 시도할 것이라면서 탈레반과 밀접한 관계인 파키스탄 정보국(ISI)이 기술 지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브루클린 로스쿨에서 감시 분야를 연구하는 프랭크 파스칼은 "끔찍한 아이러니"라며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지 않다는 걸 보여준 실제 사례"라고 지적했다. 

[백유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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