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덕 ⓒ데일리굿뉴스
요즘은 나이가 든다는 것이 서럽다 못해 무섭다는 느낌까지 들곤 한다. 왜냐하면 사회가 점점 각박해져 노인에 대한 공경심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고 오히려 경멸하고 경시하는 풍조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과거 집권당의 한 유력 정치인이 선거를 앞두고 노년층에서는 표를 얻지 못할 듯하니 어르신네들은 선거일 투표장에 애써 나오시려 하지 말고 집에서 쉬시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가 역풍을 맞아 곤혹을 치른 적도 있었다.
 
세월이 흘렀어도 나이 드신 분들에 대한 일부의 그릇된 인식은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한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최근 원로 철학자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 교수에 쏟아진 막말에 가까운 비판은 또 어떤가?
 
박원순 전 서울 시장 측의 정철승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올해 101세인 김형석 교수에게 “이래서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겨난 것”이라고 저주를 퍼부었다.
 
“어째서 지난 100년동안 멀쩡한 정신으로 안하던 짓을 (정신이) 탁해진 후에 시작하는 것인지 노화 현상이라면 딱한 일”이라고 비아냥 대는 것을 보고 소름이 돋지 않을 수 없다.
 
자기 생각과 다른 말을 했다고 해서 100세를 넘긴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이자 노 철학자를 한낱 ‘망령 난 노인네’ 쯤으로 폄하해 버리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짓밟는 것으로 그런 말을 하는 자신이야말로 망령이 난 것 아닌가 되묻고 싶을 지경이다.
 
정 변호사는 “적정 수명을 언급하며 요즘은 80세 정도가 한도선이 아닐까”라고도 했다니 부의를 받고 영결식장을 가보면 80대 중 후반만 되도 좀 일찍 돌아가신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초 고령화 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는 현재의 우리나라 상황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발언인 것 같다.
 
기성세대가 노인에 대한 공경심이 이 정도이다 보니 자라나는 세대에게 나이 드신 분에 대한 예의를 갖추라고 제대로 야단을 칠 수 없게 된 것이지 모르겠다.
 
최근 10대 남학생이 60대 노인을 상대로 이른바 ’담배 셔틀‘을 요구하면서 수차례 머리를 때리는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돼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는 일까지 일어났다.
 
작성자가 올린 영상에는 노란 우비를 입은 60대 노인과 교복을 입은 남학생의 모습이 담겨 있는데 영상 속 남학생은 꽃으로 보이는 물건으로 우비를 입은 60대 노인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치며 “담배 사줄 거야 안 사줄 거야”하며 협박을 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 꽃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소녀상위에 놓여있던 국화꽃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이들 개념 없는 어린 학생들의 행동에 더욱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전통의 유교질서에 기대어 장유유서라고 나이 먹은 것이 무슨 대단한 훈장이나 되는 양 무엇이든 나이든 사람부터 배려하라는 Age First를 내세우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나이든 사람도 연부역강한 젊은이만큼은 아니더라도 이 사회를 지탱하는 건강한 구성원의 한명이라는 사실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시쳇말로 “너희는 늙어봤냐 나는 젊어도 봤다”고 외치고 싶은 이 땅의 노년층의 한 사람으로서 최근의 노인 경시 풍조를 보면서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은 역사 책 속에서만 존재하는 화석 같은 단어가 돼버리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기 그지없을 뿐이다.

<약력>
2003-2006 
파리 특파원 
2007-2008
보도국 1TV 뉴스광장 부장
2009-2010 
보도국 문화과학부장
2010-2011 
KBS 홍보실장
2012 – 
보도국 해설 위원실
2016 –
보도국 디지털 뉴스 문화 담당 에디터

 

[한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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