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면서 사실상 현지인 모두가 아주 위험한 상황이다. 목숨이 위태로운 건 현지 기독교인들도 마찬가지다. 탈레반에게 살해 협박을 받는가 하면, 곳곳의 감시로 탈출마저 쉽지 않다.
 
 ▲탈레반 무장대원들이 아프가니스탄 카불 검문소에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탈레반이 외국기업과 단체, 국가재건사업에 참여한 현지인 등 사실상 현지에 남아있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살인이나 구금, 협박을 저지르고 있단 소식이 외신 등을 통해 계속 전해지고 있다.

탈레반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을 통해 전국에 사면령을 내려 보복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여성 인권을 존중하고 아프간인들의 외국 대피도 막지 않겠다고 했으나, 그런 약속은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여성이 부르카(온 몸을 덮는 이슬람 여성 복장)를 입지 않고 외출했다 총살을 당했고, 지방의 경찰청장과 정부에서 근무했던 민간인이 처형당했단 보도가 나왔다. 탈레반이 외국 단체와 일했던 협력자를 잡으려 집에 쳐들어와서는 행방을 말하지 않았단 이유로 조카를 살해한 사건, 하자라족 부락에서 9명을 공개 참수하는 사건도 보고됐다.

기독교인 살해 위협…스파이 심어 수소문까지

현지 기독교인들은 신변 노출 위험과 탈레반의 살해 위협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상황이다. 탈레반은 마을 도처에 스파이와 정보원을 심어 기독교인이 있는지 수소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교 소식통에 따르면 기독교인들은 주변국에 있는 선교사나 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육로 탈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비밀리에 국경을 넘는 데다 탈레반 검문소가 곳곳에 있어 상황이 좋지 않다.

아프간에서 11년간 거주했던 장영수 선교사는 "탈출을 시도하다 걸리면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며 "호텔도 탈레반이 장악해서 못 들어가고 길거리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들은 국경 근처에 숨어서 계속 국경을 넘으려 시도하고 있는데 실패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덧붙였다.

외국 기업이나 NGO와 일했던 현지 아프간인 가운데 기독교인이 포함돼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기독교 박해감시단체 '릴리스 인터내셔널'은 “기독교인들 가운데는 정부를 위해 일하다가 위험에 처한 이들도 포함돼 있다는 아프간 교회 리더의 말이 있었다”고 밝혔다.
 
 ▲오픈도어선교회가 요청한 아프가니스탄을 위한 5가지 기도 중 일부(사진=유튜브 갈무리)

“기독교인 이유만으로 살해 위험…기도 시급”

중동과 난민 사역을 해온 선교사들은 아프간 교회는 대부분 지하교회 형태로 운영되는 만큼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배신당하고 살해될 위험이 있다며 이들의 보호와 탈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도록 기도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오픈도어선교회는 아프가니스탄을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크리스천 성도들을 위해 기도해달라"며 "그들은 현재 극도로 조심스럽고, 누구를 신뢰할 수 있는지 알 수 없고 불안하다. 이들이 하나님의 약속 안에서 힘과 지혜와 초자연적인 평안을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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