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원 ⓒ데일리굿뉴스
예상했던 대로였다. 국민의힘 의원 12명이 본인과 가족의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위법 소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의원과 배우자, 직계존비속 507명의 부동산 거래를 조사한 결과다. 적발된 사례는 농지법 위반이 6명으로 가장 많다. 권익위원회는 경찰청 합동특별수사본부에 조사 결과를 넘기고 수사를 의뢰했다.
 
결과를 통보 받은 국민의힘은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어 화상으로 해명을 듣고 한무경 의원을 제명하기로 했다. 5명에 대해서는 탈당을 요구했다. 대권주자 윤희숙 의원 등 6명은 본인의 문제가 아니거나 소명이 충분하다며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국민은 납득할까?
 
지난 봄 이야기이다. 밤늦게 tv를 켰다 국회의원들의 투기 의혹을 다룬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보게 됐다. 이번에 제명 대상이 된 한무경 의원의 사례를 집중 조명했다.

‘여의도 농부, 의원님들의 농지 사용법’이라는 제목의 보도 내용을 보면 대구 지역 사업가 출신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은 2004년부터 강원도 평창군 방림리 일대 농지 11만 4,000㎡를 사들였다. 한무경 의원은 21대 현역 국회의원 가운데 가장 넓은 농지를 보유하고 있다. 근처 대지와 임야 16만 ㎡는 아들에게 증여했다. 왜 강원도 평창에 이렇게 넓은 땅을 샀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옛날부터 물, 공기, 자연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그게 20년 전에 결국 우리가 아직 미세먼지로 그나마 그래도 물과 공기가 좋은 데가 거기이지 않습니까?"
 
은퇴한 뒤 자연 환경이 좋은 곳에서 귀농생활을 하려는 걸 탓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농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10년 동안 직접 농사를 짓지 않고 위탁경영을 해 온 게 문제였다. 당시 한무경 의원의 해명이 너무 자연스러워 기억이 선연하다,
 
하지만 귀농생활에 그 넓은 땅이 다 필요한 걸까? 나 혼자 만의 궁금증은 아니었을 것 같다. 그 문제가 이번에 권익위 조사로 불거진 것이다.
 
비례대표인 한 의원은 징계 절차를 밟아 제명당해도 무소속으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발표가 나자 한 의원은 그동안 역할을 해 왔던 국민의힘 대권주자 윤석열 후보 캠프의 산업정책본부장직을 자진 사퇴했다.
 
이번에 부동산이 문제가 된 의원 12명 가운데 한 의원 등 5명이 윤석열 후보 캠프에 몸담고 있다. 불똥이 대권주자에게도 튄 상태이다. 공정과 상식을 강조해 온 윤 전 검찰총장인지라 난감하게 됐다.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국회 연설로 스타 의원 반열에 오르고 대권 도전까지 선언한 윤희숙 의원은 당의 ‘불문 방침’에도 불구하고 의원직 사퇴와 대권 도전 포기의 뜻을 밝혔다.
 
더불어 민주당 역시 부동산 위법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양이원영 의원 등 12명이 적발돼 2명을 출당하고 10명에게 탈당 권유 조치를 내렸지만 일부의 반발로 징계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당 지도부가 흐지부지하는 와중에 문제가 된 일부 의원들은 여당 유력 대선 후보의 캠프에 합류해 역할을 하고 있다.
 
잘 알다시피 권익위 조사는 4·7 재보선 전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건을 계기로 이뤄진 것이다. 당시 LH 직원들의 투기는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라는 분노를 샀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진 조사 의뢰를 돌파구로 삼았고 국민의힘은 늦게나마 뒤따랐다.
 
권익위는 해당자 수사 의뢰와 함께 제도 개선안을 제시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사적 이해관계를 등록할 때 부동산 거래의 적법성 판단에 필수적인 정보를 포함하고 그 내용을 국회 윤리심사위원회에서 검증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제도 개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수사가 면죄부를 주는 식으로 끝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의 장담과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집값은 폭등하고 있다. 집 없는 젊은 층은 패닉에 빠져 ‘영끌’ 대출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가계 부채 증가는 아랑곳하지 않아 금리가 오르면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을 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집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나눠 빈부격차는 더 큰 폭으로 벌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선 후보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경쟁적으로 부동산 문제 해결을 최대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야당 후보들은 주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질타하고 있고, 여당 후보들은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며 대책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부동산 공약을 크게 신뢰하는 것 같지 않다.
 
이쯤에서 한 번 묻고 싶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후보들이 솔선수범해 부동산과 재산을 공개하는 등 스스로 검증 받겠다고 나서면 어떨까? 정치권과 우리 공직사회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그게 바로 시대적 요구 아닐까? 

<약력>
2018.02 전주 MBC 사장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
MBC 논설위원
 

[송기원 언론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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