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전 대표이사ⓒ데일리굿뉴스
국제관계에서 한반도는 운명적 선택의 연속이다. 이 순간도 미·중 패권 경쟁의 시험대 앞에 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한반도에서 남과 북의 선택을 압박하는 구조다. 마침내 중국은 한미합동군사훈련까지 참견하고 나섰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미국이 진정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려 한다면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떤 행동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반도 내부도 불안과 긴장의 연속이다. 북은 한미합동군사훈련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핵무기를 볼모로 모든 협상을 일거에 풀려 한다. 남한은 정치권력의 교체라는 격랑이 밀려오고 있다.

예상할 수 있는 것은 남북과 북미의 협상 패턴이다. 끊임없이 냉탕과 열탕을 오간다. 그 반복되는 양상이 패턴으로 굳어지고 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북한과 미국의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 이후 핵무기를 중심에 두고 진행돼 왔다. 협상과 결렬의 반복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가 안보에 위험이 되는 것을 저지하는 전제에서 회담의 내용과 방식을 되풀이하고 있다.

한국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는데 집중한다. 결과적으로는 본말이 뒤바뀌는 양상이 반복되며 제자리걸음이다. 남한이 국제정치에서 단독으로 줄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 그래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협상의 주도권은 항상 북에 있다.

국가 간의 협상은 철저하게 국가의 이익이 우선이다. 국가의 이익은 명분과 힘의 토대 위에서 결정된다. 북은 핵무기를 앞세워 협상의 주도권을 행사했다.

협상의 틀은 바뀌게 된다.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는 2020년 기준 한국의 군사력을 세계 139개 국가 중 6위로 발표했다. 북한은 25위다. 미국이 부동의 1위다. 다음은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 순이다.

GFP의 보고서는 군사력을 평가할 때 재정력, 병참능력, 지리 등 50개 이상의 요인을 적용해 국가의 군사력을 산정한다. 핵무기를 제외한 군사력 평가다. GFP 발표 이후 한국의 군사력에는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

지난 5월 ‘한·미 미사일지침’이 해제됐다. 한국군의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의 무게 제한이 없어졌다.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는 시간문제다. 쓸 수 없는 핵무기보다는 쓸 수 있는 미사일이 더 위협이다.

북은 남북협상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군사력을 기준으로 남한 주도의 협상의 틀을 주장하는 게 아니다. 지금처럼 핵에 매몰된 협상으로는 해법이 없다는 인식이다. 핵 무력이 주도권이 될 수 없다.

한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10대 경제대국이며 선진국이다. 국내총생산(GDP)은 북한의 50배다. 매년 북의 5배가 넘는 국방비를 쓴다. 이 추세대로면 그 차이는 갈수록 더 벌어진다. 남한이 언제까지나 북에 평화적 교류와 통일을 기대할지도 미지수다.

조사에 따르면 남한의 MZ세대는 통일에 회의적이다. 통일부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을 망설임 없이 한다. 그들이 한국 정치 리더십의 중심을 이루는 날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자구책이다. 핵무기는 전쟁의 위협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경제도 옭아매는 딜레마다. 자력갱생·자급자족으로 북의 경제를 살리기 어렵다. 남한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 주민의 우수한 기술습득 역량을 알고 있다.

북한의 주민도 남한과 다르지 않다.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북이 평화롭게 잘 사는 길은 남한과의 경제협력뿐이다. 북의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열강에 기대는 것은 스스로 종속을 택하는 길이다. 경제가 종속되면 다음 수순은 정치다. 그 결과가 가져오는 비극은 북이 더 잘 알고 있다.

북한의 시간은 멈춰 있다. 남북 대화는 과거도 앞으로도 북의 선택이 관건이다. 핵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무역거래가 중단됐다. 곧이어 터진 코로나19 팬데믹이 온 세상을 멈춰 세웠다. 북도 예외가 아니다.

국경이 사라진 지구촌에 코로나 팬데믹 방어벽이 새 국경이 됐다. 자국중심주의에 불을 붙였다. 시간을 다투는 속도경쟁으로 얽히고설키던 세상을 바이러스 장벽이 막고 있다. 역설적으로 김정은 정권에는 행운 아닌 행운인 셈이다. 고립된 북한 주민에게 설득 가능한 변명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한부로 몰리는 주민의 경제적 고통까지 덮을 수는 없다. 핵무장으로 멈춰 선 북의 시간을 흐르게 해야 한다.

한반도는 미·중이 격돌하는 최전선이나 다름없다. 격동의 중심이다. 향후 몇 년간 미·중의 패권경쟁은 승패를 가리는 진검승부 기간이다.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지 않겠다는 가시적인 선택이 없는 한 타협은 없을 것이다.

타협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패권 포기이기 때문이다. 총체적인 국력과 외교력을 동원한 격돌만 남은 셈이다. 그 열강의 틈새에 오늘의 남한이 세계의 중심에 당당히 선진국으로 서 있다. 한반도의 허리가 잘린 채로다.

분단의 한반도 역사에서 남과 북은 승리한 역사의 주인공이었나 되묻게 된다. 격동의 시대, 북한은 남한을 봐야 한다. 민족자존을 위해서도 깨어 일어나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우리의 시간을 찾을 때다. 지금 북한의 시간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김명전 GOODTV·데일리굿뉴스 대표이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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