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목사 ⓒ데일리굿뉴스
여름이 본래 더운 계절이지만 이번 여름은 유독 덥게 느껴진다. 지난 6월에는 미국 태평양 연안 북서부 지역과 캐나다에서 열돔 현상으로 인해 심각한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열돔은 대기권 중상층에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해 돔 모양을 형성하면서 마치 냄비 뚜껑처럼 뜨거운 공기를 가둬두는 현상을 말한다. 이로 인해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서만 700여 명이 돌연사했다. 예년 같으면 여름에도 날씨가 선선하던 미국 북서부 지역에서 온열 질환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다고 한다.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올해는 역대급 더위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문에는 ‘진짜 독한 폭염 온다’는 등 폭염을 경고하는 제목의 기사와 함께 가축 폐사, 농작물 피해 등 폭염 관련 소식이 연일 실리고 있다. 코로나와의 전쟁도 아직 한창인데 이제는 더위와의 전쟁까지 시작된 것이다. 역대급 무더위 속에서 마스크까지 써야 하니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에어컨과 같은 냉방 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그러나 사적 공간에서는 여전히 빈부 간 냉방 시설의 차이가 커서 더운 여름이 두려운 사람이 많다. 한국 기상 관측 역사상 최악의 폭염을 기록했던 2018년 여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거주하시는 한 성도를 심방한 적이 있었다.
 
그날 서울의 온도는 37℃였지만 가로 1.8m, 세로 1m의 방 내부 온도는 39℃까지 치솟아서 가만히 앉아있어도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집에 있으면 너무 더워서 쪽방촌 앞에 구세군에서 마련한 샤워 시설에서 한 번씩 등목을 한다는 성도의 말씀이 기억난다.
 
선풍기를 전달하고 그분을 위해 기도하고 나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앞으로 매년 폭염이 올지도 모른다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그분의 얼굴이 떠오른다. 더위로 고생하시는 분들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며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폭염에 대비해 우리는 몸의 건강뿐 아니라 마음도 지켜야 한다. 폭염은 일사병이나 열사병과 같은 질환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정신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서 다툼이나 범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더위로 인한 짜증을 다른 사람에게 쏟아낼 수 있다.
 
평소에 그냥 지나치던 부하 직원의 실수도 더운 날씨에는 참을 수 없게 여겨지고 상사의 잔소리가 주는 스트레스도 배가되는 것이다. 그래서 더위로 인한 짜증이 다른 사람에 대한 불쾌감으로 표출되지 않도록 더욱 조심해야 한다. 날씨도 더운데 옆에 있는 사람까지 스트레스 받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만나면 없던 스트레스도 생기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만나면 있던 스트레스도 눈 녹듯 사라지게 하는 사람이 있다. 후자처럼 누군가로 인해 마음이 시원해지는 경우가 있다. 고린도전서 16장을 보면 사도 바울은 스데바나와 브드나도와 아가이고가 온 것을 기뻐하면서 “그들이 나와 너희 마음을 시원하게 하였으니”(고전 16:18)라고 말한다.
 
바울이 그들로 인해 마음이 시원해진 까닭은 그들이 다른 사람의 형편을 잘 살펴서 그 필요를 채워주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기쁨과 위로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피서법은 서로에게 마음의 시원함을 선사해주는 사람, 잠언의 표현을 빌리면 ‘얼음 냉수’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충성된 사자는 그를 보낸 이에게 마치 추수하는 날에 얼음냉수 같아서 능히 그 주인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느니라”(잠 25:13). 그냥 냉수도 아닌 얼음냉수다. 뜨거운 여름날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마시는 얼음냉수를 상상해보라. 그런 시원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우리가 날씨는 어찌할 수 없으나 곁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만큼은 시원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영훈 위임목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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