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가족의 증가
 

 ▲정재영 교수ⓒ데일리굿뉴스

우리나라에서 1인 가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체 2,148만 가구 중에서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31.7%를 차지한다. 이 수치는 이전에 2025년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 것인데 5년이나 빨리 도달한 것이다.

다음으로 2인 가구가 28.0%로 1인 가구와 2인 가구 비중이 60%에 육박한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인 가구는 1.5%P, 그리고 2인 가구도 0.2%P 증가한 반면, 3인 가구는 0.7%P, 4인 가구는 0.6%P 감소했다.

1인 가구는 2000년(15.5%)과 비교해서 20년 만에 2배 수준으로 늘었다. 2005년 이전에 우리나라의 대표 가구는 4인 가구였지만, 2010년에는 2인 가구가 그 자리를 대신했고, 2015년 이후엔 1인 가구가 대표 가구가 됐다.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4인 가족 기준으로’라는 말은 더 이상 의미없는 말이 되었고, ‘나홀로 가족’이 우리 사회의 가족을 대표하게 된 것이다.

1인 가구의 연령은 20대가 19.1%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16.8%로 미혼 청년 독신자가 많기 때문이며, 70세 이상이 18.1%로 2위인 것은 노인들의 사별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20대 1인 가구는 지난해 127만 가구로 1년 전에 비해 15만 가구나 늘었다.

이 영향으로 평균 가구원 수도 계속해서감소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34명으로 2000년 3.12명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흐름이다. 대가족은 물론 핵가족조차도 옛날 말이 되고 있는 것이다.

1인 가구 증가가 끼치는 영향

결혼보다 내 삶을 택하는 2030세대, 가부장적 가족제도를 거부하는 여성들, 결혼 적령기를 넘긴남녀, 여기에 기러기 아빠와 ‘돌아온 싱글’(이혼자), 홀로 된 노인까지 더해져 우리 사회에서 나홀로 가족의 수는 가파르게 늘어나고있다.

1인 가구 증가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인구구조의 변화는 가까운 시일 안에는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1인 가구 증가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문제는 1인 가구의 급증이 질병, 소외, 빈곤 등 사회병리 현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혼자 사는 삶이 트렌디하고 세련돼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전통적 빈곤 문제와는 다른 차원에서 새로운 사회적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

특히 1인 가구는 다인 가구에 비해 공동생활에 따른 비용 절약 효과 등이 없어 빈곤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그리고 1인 가구가 2인 이상 가구보다 고용, 소득, 주거, 의료, 안전 등에서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 현실을 감안해 1인 가구의 생활 환경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이전에 나온 통계청의 분석에 따르면, 월세를 내고 사는 미혼 1인 가구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 반면에 전세 비중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미혼 1인 가구의 형편이 매우 나빠진 것이다. 또한 1인가구 중 방 하나에 살고 있는 비중은 줄었지만 34세 이하 청년 1인 가구는 ‘단칸방’에 살고 있는 비중이 더 높아졌다.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문제가 된 독거노인들의 고독사뿐만 아니라 최근에 문제가 되는 2030 세대의 고독사도더욱 심각해질우려가 있다.

또한 1인 가구에는 자발적 1인 가구와 비자발적 1인 가구가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이것은 1인 가구 증가의 원인 중에 빈곤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자유로이 선택한 1인 가구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빈곤으로 결혼을 포기하거나 가정을 부양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1인 가구로 전락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경우에 빈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일생을 혼자 살아야 해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된다.
 
이러한 점에서 보편적인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것이, 1인 가구를 빈곤에서 탈출시키고 소득불평등 해소에 기여함으로써 사회재생산 위기의 원인을 완화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곧 기본소득을 통해 직접적으로는 1인 가구의 현재의 처지를 개선시키면서도 긴 안목으로 보면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말미암은 1인 가구 증대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교회 안의 나홀로 가족
 
이러한 현실에 기독교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필자가 맡고 있는 ‘21세기교회연구소’와 다른 기관들이 연초에 공동으로 실시한 기독 청년 조사에서 청년 기독교인들 중에 절반이 겨우 넘는 55.6%만 결혼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릴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가 가장 많은 이유(44.0%)였고, 여성은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50.9%)와 함께 ‘결혼제도 자체에 불합리한 면이 많아서’(14.5%)가 주된 이유였다.
 
그런데 부모 경제 수준이 높을수록 ‘반드시 결혼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높은 반면, 부모 경제 수준이 낮으면 ‘결혼해서 가정을 꾸릴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라는 응답이 높아서 가정 형편에 따라서 결혼하지 않는 이유가 달랐다. 적지 않은 기독 청년들 역시 경제 문제 때문에 결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회 안에서도 1인 가구나 비혼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앞으로 결혼할 것을 전제로 하는 ‘미혼’이라는 말보다 결혼 의향과 관계없이 결혼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는 ‘비혼’이라는 말을 선호한다.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도 ‘비혼’이 이슈가 되고 있다. 기독교인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도 되는가 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는 결혼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생각도 달라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청년들에게 결혼을 강제하기도 쉽지 않다. 혼자 사는 것이 편해서 결혼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형편상 또는 사회적인 요인 때문에 결혼을 할 수 없는 사람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합리적인 결혼 생활의 모습이 노출되거나 가정 문제들이 자주 발생하는 현실에서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더 커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가족 문제를 해결하고 청년들의 주거 문제 등 경제 형편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독교인 비혼자들이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교회의 관심 밖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른바 ‘정상 가족’을 강조하고 혈연관계를 중시할수록 이 범주에 들지 못하는 사람들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되고 결국 교회 다니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교회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으면 집사 등의 직분을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결과적으로 비혼자들이 교회 의사 결정 구조에서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이상해 보일 수도 있는 ‘비정형’ 가족들이라도 관심 밖으로 밀려나거나 차별 받지 않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재영 교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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