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대 권득칠 총장ⓒ데일리굿뉴스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1483-1546)의 종교개혁 3대 논문 가운데 하나인 ‘독일 크리스천 귀족에게 보내는글’(1520)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지는 것은 만인사제직이다.

루터는 로마 가톨릭이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해서 세 가지 높은 장벽을 세웠는데, 이것이 전 그리스도교를 심각하게 부패하게 한 원인임을 지적했다.

그가 지목한 세 가지 장벽은 첫째, 영적 계급이 세속 계급 위에 있다는 것이다. 둘째, 교황 외에 아무도 성서를 해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셋째, 교황 외에 아무도 공의회를 소집할 수 없다는 억지 주장이다.

루터는 이 논문에서 직무(Amt)의 차이는 있으나 신분(Stand)의 차이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 첫째와 둘째 담을 허물고, 셋째 담은 첫째와 둘째 담이 허물어지면 자연히 무너진다고 봤다.

그는 첫째 담에서 베드로전서 2장 9절, 요한계시록 5장 9∼10절, 고린도전서 12장 12절의 말씀을 근거로 교황·주교들·사제들을 ‘영적 계급’, 군주들·영주들·직공들이나 농부들을 ‘세속적 계급’으로 부르는 것을 비판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서로의 일에 관한 구별이 있을 뿐이며, 하나의 세례·복음·믿음을 지닌 동등한 신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든지 ‘영적인 신분’에 속하며, 차이가 있다면 사제는 특별한 직무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루터는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세례를 통해 사제로 축성됐다”라고 말했다. 그 결과 만인사제직은 성직자의 특권의식과, 로마 가톨릭의 교황 중심과 성직자 중심의 교권주의를 허무는 사상이 됐다.

루터의 이러한 사상을 자칫 모든 세례 받은 신자가 사제의 일을 동일하게 행할 수 있다는 뜻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만인사제직의 본질적 의미는 누구나 사제의 중개 없이 하나님께 자유로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누구나 교회에서 공적으로 세례를 베풀고 성만찬을 집례하며 죄 용서를 선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오늘날에도 만인사제직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다. 교회 내의 직분의 차이까지도 그 경계를 허물고 만인사제직으로 해석함으로써, 누구나 목사의 일을 대신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잘못을 범하는 것이다.

누구나 목사가 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교회 안에서 누구나 목사의 직무를 감당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루터는 1530년에 행한 ‘시편 강해’에서 “모든 그리스도인이 제사장인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가 목사는 아니다.

목사가 된다는 것은 그가 그리스도인요 목사일 뿐만 아니라 직임과 그에게 위임된 사역의 장이 있어야만 한다. 이런 소명과 명령이 목사와 설교자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만인사제직의 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현대 한국교회의 현실에 대입했을 때 시대는 다르지만 문제의 본질은 동일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현대 사회 속에서 기독교의 공신력이 약화된 이유들로는 성직자 독단 교회운영 문제, 목회자의 도덕성 피폐, 교회 세습 및 성직 매매 현상, 교회 재정의 불투명성, 교파 분열 및 배타적 선교정책 등이 꼽히고 있다.

한국교회의 깊은 병폐를 청산하고 바른 하나님 신앙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만인사제직을 근거한 한국교회 성도들의 적극적인 개혁 참여가 필요하다. 개혁자가 외치는 만인사제직은 이 시대에도 큰 울림으로 우리 가슴을 파고들어야 한다.

목회자뿐만 아니라 교회 내의 모든 성도가 사회 안에서 공적 책임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권득칠 총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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